신동빈 최측근 이인원 부회장, 검찰조사 앞두고 자살(종합)

배윤경 2016. 8. 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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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통해 "비자금 없다"..검찰 "수사일정 조율"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검찰 출두를 앞두고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이날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소재 야산 산책로에서 60대 남성이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진 것을 발견한 주민의 신고로 조사에 들어갔으며, 시신의 옷 안에서는 이 부회장의 신분증이 나왔다. 경찰은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 분석 중이다. 이 부회장의 거주지는 서울 용산구로 그는 전일 오후 9시께 자택에서 빠져나온 후 귀가하지 않았다.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이 부회장의 차 안에서는 제목 1매를 포함한 A4 용지 4매짜리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서 이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며 “롯데그룹 비자금은 없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썼다. 또 가족과 롯데 임직원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도 전했다. 유서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내용은 없었다. 경찰은 자살 동기 등을 밝히기 위해 유서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하고 계열사간 부당 거래에 따른 손해를 입힌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가신 3인방’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소 사장이 지난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전일 황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가신 3인방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43년동안 롯데에서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1997년 롯데백화점 대표에 오른 뒤 20년째 롯데쇼핑 대표이사 직을 유지해 국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기록도 갖고 있다. 한 때 ‘신격호의 남자’로 불리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입과 귀가 돼왔지만 2007년 정책본부장을 맡은 뒤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활동을 적극 돕기 시작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신동빈 회장의 편에서 서서 적극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는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총수 일가를 제외하고는 롯데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총수 일가가 아닌 인물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롯데그룹의 ‘컨트롤 타워’로 불리는 정책본부에서 수장을 맡아 그룹은 물론 계열사 운영 전반을 지휘했으며 신동빈 회장에게 가는 모든 보고는 그를 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내 모든 사정에 정통할 것으로 보고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을 포함한 배임·탈세 혐의,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한다는 입장이었다. 롯데그룹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그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배당금을 받는데 역할을 하고 그룹 내 알짜 자산을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신 총괄회장의 주식을 편법으로 증여받아 수천억원대 탈세를 벌인 혐의에도 그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해 왔다. 검찰은 정책본부 3인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다음주께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소환조사하며 수사 막바지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수사 일정을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비리 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수사에도 차질을 빚게 된 셈이다. 국정 감사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다음달 추석 전에는 수사가 마무리돼 관련자 기소 등 실질적인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올 것이란 일각의 추측도 사그라들었다. 수사팀 측은 “고인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롯데그룹 수사 일정 재검토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 변호인단을 이끄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은 “매우 황망하다”며 “경위와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일까지 롯데그룹과 함께 논의를 이어갔으며 이날 출석할 예정이었다. 변호인단은 곧바로 그룹 측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정책본부 관계자 다수는 이 부회장이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동 소재 검찰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비보를 접했다. 출근길에 휴대전화 등으로 속보를 접한 롯데 임직원들도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일대 등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이 부회장이 롯데의 ‘산 증인’으로 불렸던 만큼 충격이 큰 모습이었다.

롯데그룹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이 부회장에 대한 비보는 경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한 이 부회장이 고인이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빈소 마련 등 장례 형식과 관련된 절차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는대로 차후에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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