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입학사정관?..1명이 115명까지 평가

김현정 기자 2016. 8.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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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전형 늘어나는데 턱없이 부족 전임사정관 비율도 20% 불과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들이 설명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DB ⓒNews1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대학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평가의 핵심인 입학사정관들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대학별 입학사정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입학사정관 1명이 평가해야 하는 학생 수가 평균 5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은 60개 대학을 대상으로 했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 모집인원과 전임 입학사정관 수를 비교했다.

전임사정관 1명이 평가해야 하는 학생 수가 100명 이상인 대학도 있었다. 계명대는 전임사정관 1인당 학생 수가 115명에 달했다. 경희대 98명, 서울대 94명, 중앙대 93명 순이었다. 부산대(92명)와 세종대(90명)도 전임사정관 1인당 학생 수가 100명에 가까웠다.

모집인원이 아닌 지원자 수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원자 수와 비교하면 전임사정관이 실제 평가를 맡았던 학생 수를 알 수 있다.

서울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펴낸 '2016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율'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17개 주요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12대 1이다. 경쟁률을 감안하면 전임사정관 한 사람이 평가한 학생 수는 58명이 아니라 평균 700여명에 달한 셈이다.

실제 한양대는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에 총 2만2686명이 지원했다. 전임사정관 1명이 1260명을 평가해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려대도 8761명이 지원해 1명의 전임사정관이 평균 673명을 심사했다. 서울대는 평균 694명, 동국대는 평균 634명을 담당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기소개서와 학생부가 20페이지가 넘는데 물리적으로 제대로 평가할 시간이 나올 수 없다"며 "직원 5명이 한 시간동안 봐야 학생 1명의 자기소개서를 다 봐줄 수 있는데 사정관 1명이 50명을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1차 서류평가에서 입학사정관이 핵심역할을 담당한다. 단지 내신성적으로 뽑는 게 아니라 독서·봉사 활동, 자기소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양한 평가 요소에서 학생의 전공 적합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입학전형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전임사정관보다 위촉사정관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1년 내내 입시만을 담당하는 전임사정관과 달리 위촉사정관은 일정 시간 교육을 받은 후 입시철에만 평가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60개 대학 전임사정관은 총 767명으로 전체 입학사정관의 19.9%에 불과하다. 80.1%(3098명)는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을 위해 임시로 뽑은 위촉사정관이다.

서울 A사립대 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 서류평가 기간이 제한돼 있다 보니 전임사정관만으론 평가하기 힘들어 위촉사정관을 뽑는다"며 "위촉사정관은 대부분 대학 내 교수가 맡고 30시간 교육을 받은 후 평가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등 입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지만 전임사정관이 모두 정규직인 것도 아니다. 전임사정관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음 고용 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해 소신껏 평가하기 힘든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

송 의원이 받은 '서울지역 12개 대학의 2016학년도 전임사정관 정규직 비율'을 보면 경희대만 전임사정관 22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서강대(92.3%)와 연세대(92.9%)는 정규직 비율이 90%를 넘었다.

반면 중앙대는 전임사정관 정규직 비율이 31.6%에 불과했다. 서울시립대 33.3%, 고려대 46.2%, 이화여대 46.7% 순으로 정규직 비율이 낮았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교육부는 지난해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60개 대학에 총 51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는 459억원을 지원한다. 이 예산은 학생종단 연구, 고교입시설명회 등 입시전형 개선을 위해 대학이 자유롭게 사용한다. 지원금의 60~70는 입학사정관 인건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에 필요한 입학사정관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입시에 관해 전문성을 가진 전임사정관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운영 여건은 열악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지난해 6만7631명에서 올해 7만2101명으로 늘었다. 2018학년도 입시에서는 8만3231명을 확대된다.

송 의원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성평가로 이뤄지는 만큼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위촉사정관의 비중이 80%에 달하고 전임사정관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 상황이라면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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