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이름 석자만 나와도 파랗게 질리는 검찰이..

최재훈 기자 2016. 8. 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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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서 민정수석 거론되자 황급히 "사실 아니다" 해명 소동 禹사건 배당 앞두고는 "인력 부족" "밀린 사건 많다" 몸사리기 "이런 검찰이 禹수석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겠나" 지적 일어

지난 24일 오후 7시 50분쯤 서울중앙지검 취재기자들에게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서울지검 3차장은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간부다.

그런 검찰 간부가 이날 다급하게 기자 100여 명에게 200자 원고지 1.3매 분량의 장문의 문자를 보낸 것은 그 직전에 끝난 홍만표 변호사 재판 때문이었다. 홍 변호사는 차관급인 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검찰 고위층에 로비를 해주겠다며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쯤 재판에서 홍 변호사가 정씨의 원정도박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 고문 변호사였던 고모(45)씨의 진술조서를 대형 화면에 띄웠다.

검찰이 원래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하려던 부분은 홍 변호사가 정씨에게 "벌금 좀 내고 끝내게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고씨의 또 다른 진술도 등장했다. 정씨가 고씨에게 "홍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과 차장검사를 다 잡았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등장한 민정수석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고, 차장 검사는 최윤수 현 국정원 2차장이다.

이 내용은 오후 6시 무렵부터 인터넷 등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민정수석'이라는 말이 등장하자 검찰에 비상이 걸렸다.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3차장이 직접 나서서 '정운호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장문의 문자까지 보낸 것이다. 검찰 간부들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 수석이 언급된)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는 검찰 측 입장을 꼭 기사에 담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검찰은 다음 날인 25일에도 "재판에 들어갔던 검사는 해당 발언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검사장은 "우 수석이 검찰 인사권을 휘두른다는 것은 지난번 검사장 인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라며 "'우 수석에게 찍혔다'는 소문이 돌았던 사람 대부분이 좌천되거나 옷을 벗는 것을 목격한 검사들이 몸을 낮추는 건 당연지사"라고 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우병우라는 이름 앞에 (서울) 서초동의 검찰청사 전체가 화들짝 놀란 꼴"이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정 전 대표가 '우 수석도 내 덕을 봤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비상이 걸렸다는 말이 서초동 주변에 파다하다.

지난달 19일엔 한 언론이 '우 수석이 변호사 시절 홍만표 변호사와 2인조로 활동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정운호 사건도 함께 맡았다'고 보도하자, 홍 변호사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기자 간담회에서 "홍 변호사를 조사해 물어봤더니 '안 했다'고 한다"며 부인했다.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는데 이 간부가 먼저 이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다음 날 우 수석은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홍 변호사와는) 신문에 난 거(도나도나 사건) 딱 한 건 했다"고 시인해 검찰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지난 18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자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인력도 부족하고, 밀린 사건이 너무 많아 (우 수석) 사건을 맡을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리 만들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선 "이런 상황에서 이제 막 시작된 우 수석 의혹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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