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관리 엉망.. 햇반 먹고 파스 붙이고 뛰었다

최종석 기자 2016. 8. 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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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리우 꼴찌 경쟁' 한국 마라톤은 예견된 참사 - 육상연맹은 뭐했나 日 전훈서 이미 부상 당했는데 선수 2명 중 1명 몸상태도 몰라 - 선수들도 문제 "국가대표가 올림픽 앞두고 자기 관리 부족" 지적도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남자 마라톤 선수들이 관리부실로 일본 전지훈련 때부터 이미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출신 코미디언과 '꼴찌 경쟁'을 벌이며 참담한 성적을 낸 선수들도 문제이지만, 대한육상경기연맹의 대표팀 관리도 상식 이하였다는 내용이다.

대표팀은 지난 7월부터 4주간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경기 열흘 전쯤 리우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일본 전지훈련 과정을 옆에서 살펴본 육상인이 '선수들 컨디션이 평소의 60%도 안 올라왔다'고 해서 놀랐다"며 "그때 이미 제대로 뛰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었다"고 전했다.

남자 대표팀의 손명준(22·삼성전자)과 심종섭(25·한국전력)은 일본 훈련 기간에 이미 햄스트링과 발뒤꿈치 부상을 당했다. 심종섭은 기자와 통화에서 "예전에 다쳤던 오른쪽 발뒤꿈치가 다시 아팠지만 파스를 붙였다. 내 돈을 내고 마사지만 몇 번 받았다"며 "리우로 넘어가기 전에 증상이 악화됐다"고 했다. 심종섭의 부상에 대해 황규훈 남자 대표팀 감독(삼성전자 감독 겸 육상연맹 부회장)은 파악도 못 하고 있다가 리우에 도착한 후에야 들었다고 한다. 수십 명도 아닌 고작 두 명의 선수 중 한 명의 상태를 감독이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연맹이 AD 카드(선수촌 출입 카드)를 확보하지 못해 선수 둘이서만 선수촌에 먼저 들어가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5일간 자체 훈련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종섭은 선수촌 음식 때문에 설사 증세까지 겪었다. 엘리트 마라톤은 최종 단계에서 정밀한 식이요법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상식인데, 식이요법은 고사하고 배탈이 난 셈이다. 심종섭은 "햇반과 김, 참치를 다른 선수들에게서 구해 먹다가 나중엔 외부에 부탁해 건네받은 것을 나눠 먹었다"며 "첫 출전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국가대표 출신 한 관계자는 "대회를 앞두고 음식 때문에 설사에 시달렸다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마추어도 풀코스를 준비한다면 이런 식으론 하진 않는다"고 했다.

전직 육상 코치 한 명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기본적으로 선수 스스로 자기 관리를 했어야 한다"며 "경기 초반부터 무리가 왔다면 그만큼 준비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대표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동시에 "모두 선수에게만 맡기고 나 몰라라 할 거라면 감독과 연맹은 왜 필요한 거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육상연맹은 26일 집행부 임원 회의를 소집해 올림픽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경기 결과에 대해 국민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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