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 숨이 턱.. 지하철 '사우나 승강장'
오이도행 전동차가 바로 다음 역인 수유역에 멈춰 문이 열리자 쌍문역과는 대조적으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다음 역인 미아역의 승강장과 역사 내부 온도는 쌍문역만큼이나 높았다.
다 같은 4호선, 인접한 역인데도 이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까닭은 냉방공사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서 비롯된다. 25일 최판술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당·중구1)이 서울메트로에서 받은 ‘연도별 냉방공사 추진실적’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120개 역 가운데 지상역 20곳을 제외한 100개 지하역 중 냉방공사가 안 된 곳은 총 29곳에 달했다.
29개 역사 안 온도는 8월 35∼37도를 넘나드는 등 폭염 기간 내내 이용객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메트로가 8월 역사 내 온도를 측정한 결과 특히 4호선이 찜통이었다. 온도가 최고로 치솟은 날을 기준으로 쌍문역과 서울역이 각각 37도, 미아역·이촌역 36도, 한성대입구역·신용산역이 35도였다. 냉방시설 공사를 끝낸 역은 평균 28도를 유지했다. 승객들의 불쾌지수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1∼4호선은 건설 당시 냉방시설이 없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5∼8호선은 역사 내 냉방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충정로역이 2호선 쪽은 덥고 5호선 쪽으로 이동할수록 시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1993년 서울역, 종각역, 종로3가역 등 9개 역을 시작으로 매년 순차적으로 냉방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01년 14개 역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이후 해마다 2∼5개 역을 선정해 냉방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4호선 길음역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서울메트로 측은 “냉방시설을 설치하려면 천장을 철거한 후 마감재, 전기, 통신 등 장비를 모두 교체해야 해 역당 평균 250억 원 이상이 든다”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가 2009년부터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 5개년 개획’에 따라 석면뿜칠 제거 및 환기설비 개선공사 비용으로 전체의 약 30%를 부담하고 있지만 냉방공사 비용의 대부분은 서울시(35%)와 서울메트로(30%)가 내야 한다. 서울메트로는 2009년 2373억8400만 원 적자를 시작으로 매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태여서 냉방공사는 앞으로도 재개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 의원은 “29개 역의 공기질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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