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 숨이 턱.. 지하철 '사우나 승강장'

2016. 8.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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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선 쌍문-미아역 등 29개 역사 냉방시설 없어.. 예산 부족에 3년째 찜통
[동아일보]
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문)가 열리자 전동차 안으로 더운 바람이 ‘훅’ 하고 밀려왔다. 전동차에서 내린 승객들의 얼굴에는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24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 승강장은 열기로 후끈후끈했다. 천장 위로 띄엄띄엄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열기를 식히기에는 턱도 없었다. 쌍문역 역무원은 “승강장과 역사를 오가는 시민들이 폭염으로 힘들어해 환풍기를 최대한 돌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오이도행 전동차가 바로 다음 역인 수유역에 멈춰 문이 열리자 쌍문역과는 대조적으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 다음 역인 미아역의 승강장과 역사 내부 온도는 쌍문역만큼이나 높았다.

다 같은 4호선, 인접한 역인데도 이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까닭은 냉방공사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서 비롯된다. 25일 최판술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당·중구1)이 서울메트로에서 받은 ‘연도별 냉방공사 추진실적’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120개 역 가운데 지상역 20곳을 제외한 100개 지하역 중 냉방공사가 안 된 곳은 총 29곳에 달했다.

29개 역사 안 온도는 8월 35∼37도를 넘나드는 등 폭염 기간 내내 이용객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메트로가 8월 역사 내 온도를 측정한 결과 특히 4호선이 찜통이었다. 온도가 최고로 치솟은 날을 기준으로 쌍문역과 서울역이 각각 37도, 미아역·이촌역 36도, 한성대입구역·신용산역이 35도였다. 냉방시설 공사를 끝낸 역은 평균 28도를 유지했다. 승객들의 불쾌지수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1∼4호선은 건설 당시 냉방시설이 없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5∼8호선은 역사 내 냉방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충정로역이 2호선 쪽은 덥고 5호선 쪽으로 이동할수록 시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메트로는 1993년 서울역, 종각역, 종로3가역 등 9개 역을 시작으로 매년 순차적으로 냉방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01년 14개 역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이후 해마다 2∼5개 역을 선정해 냉방시설 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4호선 길음역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서울메트로 측은 “냉방시설을 설치하려면 천장을 철거한 후 마감재, 전기, 통신 등 장비를 모두 교체해야 해 역당 평균 250억 원 이상이 든다”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가 2009년부터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 5개년 개획’에 따라 석면뿜칠 제거 및 환기설비 개선공사 비용으로 전체의 약 30%를 부담하고 있지만 냉방공사 비용의 대부분은 서울시(35%)와 서울메트로(30%)가 내야 한다. 서울메트로는 2009년 2373억8400만 원 적자를 시작으로 매년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태여서 냉방공사는 앞으로도 재개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 의원은 “29개 역의 공기질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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