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결혼도 안하는데.. 단기 출산정책만 쏟아내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입력 2016. 8. 26. 03:05 수정 2016. 8. 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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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육아휴직 급여 지원 확대로 신생아 내년 2만명 증가 예상 취업난에 결혼율 최저치 기록해.. '출산율 추락' 막기엔 역부족 "일자리 등 근본적인 대책 나와야"

올 들어 신생아 수가 급감하자 정부가 25일 단기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올 들어 6월까지 태어난 아기(21만5200명)는 작년보다 1만2878명 적고,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5년보다도 7712명이나 적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총 신생아가 41만명대로 추락, 한국에서 인구 통계가 시작된 192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제3차 저출산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신생아가 44만5000명, 2020년엔 48만명이 태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장 올해부터 차질이 예상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서둘러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난임 부부에게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남성 육아휴직수당 인상 등 이날 발표한 대책을 통해 "신생아가 모두 2만명 더 태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요컨대 당장 내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내놓은 초단기 '긴급 처방전'인 셈이다.

현재 난임 부부는 21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난임 부부에 대한 정부의 시술비 지원으로 태어난 아기는 지난 10년간 10만명에 이르고, 특히 작년에는 전체 신생아의 4%(1만9103명)가 정부 지원으로 태어났다. 이처럼 효과가 검증된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대상을 내달부터 저소득층에서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난임 부부로 확대해 지원 대상자를 현재 5만명에서 9만6000명으로 늘리게 되면 "연간 8000~1만2000명이 더 태어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의 모든 여성 근로자는 임금을 종전과 똑같이 받으면서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씩 줄여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와 남성 육아휴직수당 인상 등을 시행하면 내년 신생아 수가 약 2만명 더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대책으로는 신생아 수를 약간 늘릴 수는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결혼조차 꺼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획기적 대책 없이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출산율을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혼인과 출산 연령대의 젊은 층이 1984년 이후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에 따라 태어난 저출산 세대여서, 가임 여성(15~39세)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처럼 출산율이 1.2명으로 계속 유지되면 앞으로 3~4년 내 40만명대가 깨져 39만명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에는, 무엇보다 가임 여성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11만명씩 줄고 있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여성들의 고학력화로 만혼이 성행하면서 첫아기 출산 연령이 31세를 넘은 것도 출산율 제고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혼인 건수가 급감해 앞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혼인은 14만4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5만5857건)보다 무려 7.6%나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 한 해 혼인 건수는 1980년 이래 처음으로 30만건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결혼 주 연령층(25~34세)의 여성들이 최근 연간 7만명씩 줄던 게 작년에는 10만명대로 급감한 것도 한몫했다.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는 "작년과 올해 연이어 혼인 건수가 최저 기록을 경신하면서 당분간 신생아가 크게 늘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취업난을 완화할 일자리 대책과 신혼부부 주택 마련 등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 없이는 출산율이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출산 정책을 저소득층·농촌이 아니라 고소득·고학력·도시 여성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신혼부부일수록 아이를 덜 낳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기준으로 결혼 5년 이내 부부의 평균 출생 자녀 수는 1.05명으로, 저소득층(소득 기준 하위 20%)은 1.1명을 낳는 반면 고소득층(상위 20%)은 0.8명 낳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업들이 미래의 인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여성 직장인들의 육아휴직 활성화 등을 앞장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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