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배드민턴金 비결은 협회 절대적 지원.. 내가 1년 스케줄 짜면 무조건 예산 배정"

입력 2016. 8. 26. 03:02 수정 2016. 8. 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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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셔틀콕 역사 새로 쓰는 박주봉 감독
[동아일보]
일본 배드민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만든 박주봉 감독(가운데)과 여자 복식 다카하시 아야카(왼쪽)와 마쓰토모 미사키. 박주봉 감독 제공
박주봉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52)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난 뒤 더 바빴다. 24일 일본 선수단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도쿄에 도착한 뒤 각종 행사 참가와 인터뷰 요청이 쏟아진 것. 25일에는 일본 대표팀 해단식에 이어 일본배드민턴협회 기자회견 등이 줄을 이었다. 박 감독은 “일본 배드민턴이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을 새감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셔틀콕은 리우 올림픽에서 다카하시 아야카와 마쓰토모 미사키가 여자 복식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오쿠하라 노조미는 단식 종목에서 첫 메달(동)을 땄다. 반면 한국은 역대 최악인 동메달 1개에 머물렀다. 국내 누리꾼들은 “박 감독을 한국으로 불러야 한다”는 댓글을 쏟아냈다. 일본 언론은 “박 감독은 일본의 은인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쾌거는 없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리우올림픽 일본 대표팀 해단식에 참석한 박주봉 감독. 동아일보 DB
2004년 부임한 박 감독은 훈련 환경 개선, 코치 보강, 전폭적인 권한 위임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가 처음 팀을 맡았을 때만 해도 일본올림픽위원회에서 급여가 나오는 지도자는 박 감독뿐이었다. 나머지 코치들은 실업팀에서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월급을 챙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수한 코치진을 꾸리기 힘들었고, 대표팀에 대한 실업팀의 입김이 강했다. 하지만 박 감독의 건의로 4명의 종목별 코치와 2명의 상비군 코치가 완전 월급제로 일하게 돼 집중적인 대표팀 지도가 가능해졌다. 박 감독은 “내 주관과 철학대로 대표팀을 끌고 갈 수 있도록 일본협회가 밀어주고 있다. 내가 1년 스케줄을 짜면 거기에 맞춰 예산을 배정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은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박 감독은 한일 양국의 민감한 관계 속에서 일장기를 달고 국제 대회에 나선다는 사실이 거북할 때도 있다고 했다. “올림픽에서도 한일 대결이 가급적 없었으면 했는데 다행인지 두 번 만났을 뿐이다. 한일 양국 배드민턴 발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일본 배드민턴의 도움으로 실력을 키웠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 감독의 아버지는 일본 잡지를 번역해 박 감독에게 건네줬다. 박 감독은 고교 시절 일본인 코치의 서울 강습회를 통해 선진 기술에 눈을 떴다. 박 감독은 “나를 키웠던 일본 배드민턴을 이젠 내가 지도하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박주봉 감독(오른쪽). 그는 지도자로 변신해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일본의 사상 첫 배드민턴 금메달을 이끌었다. <동아일보DB>
선수 때 박 감독은 독종으로 유명했다. 동남아의 무더위에 적응하려고 섭씨 40도 가까이 되는 컨테이너박스 안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한국식 팀워크와 체력을 강조하는 박 감독은 일본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 방해가 된다며 통역을 두지 않고 독학으로 일본어 공부에 매달렸다. 일본 대표팀은 올해 초 오키나와에서 박 감독의 주도로 5시간의 강도 높은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일본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내년 3월 일본 대표팀 계약이 끝나는 박 감독은 사실상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의 재계약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올림픽 기간 복막염 수술을 받은 아버지 병문안을 위해 26일 일시 귀국한다. 다음 주 출국해 일본 나고야의 실업 대회를 참관할 계획이다. 박 감독은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 발전이 있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대회를 보러 다닌다”며 “탄탄한 학교 체육을 기반으로 한 일본의 두꺼운 저변이 부럽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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