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손잡은 화웨이, 한국 고가폰 시장도 기웃
“오직 실력으로만.” KT가 지난 24일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와 손잡고 중저가 스마트폰 ‘비와이(BeY)’를 내놓으며 선보인 광고 카피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지문인식 기능과 3GB 램을 탑재했지만 출고가는 31만6000원에 불과하다는 게 마케팅 포인트다. 이 제품은 화웨이가 한국에서 선보인 세 번째 스마트폰이다. 지금까진 통신장비 고객사이기도 한 LG유플러스와 함께 보급형 스마트폰을 두 차례 출시한 게 전부였다.
세계 시장에서 화웨이가 내세우는 무기는 ‘가성비’다. 특히 최근엔 저가 시장이 아닌 중고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올렸다. 올 4월 출시한 프리미엄 모델 ‘P9’은 독일 명품 카메라 라이카와 협업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할리우드 스타 스칼렛 요한슨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후면 듀얼 카메라와 다중 초점 기능 등을 탑재해 촬영 성능을 크게 개선시키면서도 출고가는 삼성·애플보다 20% 정도 낮게 책정했다. 화웨이의 유럽 출고가는 599유로(약 75만원), 갤럭시S7의 출고가(699유로, 약 89만원)보다 100유로 싸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휴대전화는 사치재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그는 “시계나 가방처럼 휴대전화를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제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집착이 심하고, 그래서 삼성·애플이 유난히 잘 팔리는 것”이라며 “가성비라는 화웨이의 무기가 먹히지 않아 한국 통신사들이 그동안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선택권이 제한돼 있는 국내 시장이 화웨이엔 호재로 작용할 거란 시각도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는 “팬텍이 최근 내놓은 ‘스카이 아임백’ 등이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건, 그간 다양한 가격대와 브랜드가 소개되지 않았던 국내 시장의 제한된 경쟁 구도 때문”이라며 “특히 프리미엄 사양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중국 제품들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틈새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화웨이 등 중국산 스마트폰의 위상이 올라가면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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