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급감에 놀란 정부 '긴급 처방' 나섰지만.."자녀양육 고비용 구조 바꿔야"

2016. 8. 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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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산층 이미 시술받는 사람 많은데
난임시술의료비 지원 확대는 ‘미봉’
남성 육아휴직 비율 5%인 상황서
‘아빠’ 수당 최대 200만원 ‘임시방편’

“보육·주거비 부담과 고용불안 등
저출산 복합 원인 타개책 필요해”

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비어있는 침상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오는 9월부터 월소득 583만원이 넘는 고소득 부부도 난임시술 때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또 ‘아빠의 달’ 수당(같은 자녀에 대한 두번째 육아휴직자의 첫 석달치 급여)의 경우, 내년 7월부터 둘째 아이를 위해 이 제도를 사용하면 상한액이 현재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오른다.

정부는 25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저출산 보완대책을 확정했다. ‘저출산·고령화 3차 기본계획’(2016~2020년) 시행 첫해인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1만명 이상 급감하자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이라며 아동수당 도입 등 좀더 체감도와 실효성이 높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어떤 대책 더 내놨나? 이번 보완대책은 첫번째 자녀를 늘리기 위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난임시술 지원을 확대하고, 셋째는 물론 둘째 자녀에 대한 우대 정책을 늘린 것으로 압축된다.

우선 현재는 월소득 583만원(부부합산 기준, 전국평균소득 150%) 이하 부부에게만 체외수정 최대 6회(회당 60만~190만원), 인공수정 3회씩(회당 50만원)을 지원해왔지만, 앞으로는 모든 희망 부부에게 지원한다. 또 월소득 316만원(평균소득 100%) 이하 부부는 체외수정 지원 횟수를 3회(신선배아 기준)에서 4회로 늘려주고 지원액도 19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가 고소득 부부에게도 난임시술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출생아 수를 늘리는 데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난임부부란 피임을 하지 않는데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체외수정(시험관아기)을 한번 하려면 평균 300만원가량의 많은 돈이 든다. 정부는 2006년부터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부부에게 난임시술비를 지원해왔다. 지난해 난임시술로 태어난 아이는 출생아 100명 중 4명꼴이다. 1만9천명이 정부지원을 받고 태어났다.

정부는 이번 조처로 지금까지 경제적 부담으로 난임시술을 받지 않던 이들 중 3만여명이 시술비 지원을 받게 되면 1만명 안팎으로 출생아 수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외수정 성공률은 평균 30% 정도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난임시술비 예산을 올해보다 200억원 이상 더 투입할 계획이며, 2단계로 내년 10월부터는 난임시술 관련 비용의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난임시술은 보통 7회 정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중산층이더라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저출산 대책들 중에서 그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난임 진단을 받은 이들은 21만5천명에 이른다.

둘째 출산을 촉진하는 정책으로는, ‘아빠의 달’ 수당 인상안을 내놨다. 원래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40%를 100만원 한도에서 준다. 정부는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 아빠의 달 제도를 도입해 육아휴직 첫 석달치 급여를 150만원 한도(통상임금의 100%)에서 주고 있다. 이 수당의 한도액을 내년 7월에 태어나는 둘째부터 200만원으로 올려주면, 추가로 8천명 정도 출산이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또 영유아(0~6살) 두 자녀에 대해서도 국공립 어린이집에 우선적으로 입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 출생아 늘릴 수 있을까? 정부는 이번 보완대책으로 내년 출생아 수가 2만명 이상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낙관적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이미 중산층 이상은 경제적 부담이 되더라도 다양한 조처를 취하고 있는데 난임가구 지원계층을 일부 확대한다고 출산율이 높아질지 의문이다. 또 여성도 육아휴직이 어려운 한국의 기업문화 현실에서 ‘아빠의 달’ 수당 인상은 말뿐인 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며 아동수당 도입 등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5.6% 수준이며, 아빠의 달 수당 상한액 인상에 따른 수혜자 규모는 정부 추정으로도 644명에 불과하다.

복지 차원의 단선적인 대책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저출산은 보육과 사교육비에 대한 비용 부담, 고용에 대한 불안감, 주거비 상승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돼서 나타난 결과다. 아이를 키우는 데 1인당 수억원이 들어가는 사회에서 출산은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 한명을 기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학 졸업 때까지 3억89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2012년 보건사회연구원)된 바 있다. 백종만 전북대 교수(사회복지학)도 “저출산 문제를 푸는 핵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임시적이고 대증적 처방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개혁 방안은 청년들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출생아 수가 감소할 뿐 아니라 아이를 낳을 엄마(가임기 여성)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복지정책으로만 접근해선 출산율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사회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총론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정은주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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