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추경 내팽개치나" 비판여론에 등 떼밀린 막판 타협

2016. 8. 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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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추경 시급하다" 野 압박하며 '백남기 청문회' 카드 제시 '최·종·택' 고수하던 더민주, 한발 물러서..강경파 반발 우려 국민의당 막판 입장 선회, 야권 균열..정의장 중재도 협상 재촉한듯
정세균 국회의장

새누리 "추경 시급하다" 野 압박하며 '백남기 청문회' 카드 제시

'최·종·택' 고수하던 더민주, 한발 물러서…강경파 반발 우려

국민의당 막판 입장 선회, 야권 균열…정의장 중재도 협상 재촉한듯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임형섭 기자 = 여야가 25일 우여곡절 끝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은 결국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제출한 추경안이 한 달 넘게 국회에 발목잡힌 가운데 예결위가 열흘 가까이 파행하면서 "국회가 민생은 내팽겨둔채 정쟁에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밍'이 결정적인 추경안 처리가 계속 미뤄지면서 추경 자체의 효과가 크게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지적들이 정치권 전체에 심리적 압박을 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5일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추경 통과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본예산 제출 시점이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일 정부가 본예산을 제출하면 추경을 하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일기 시작했고, 추석 전 추경 자금을 집행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한이 걸리면서 여권 일각에선 '추경 폐기론'마저 거론됐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이 폐기된 것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다. 너나없이 '민생'을 외치면서 문을 연 제20대 국회가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구태를 반복한다는 비판이 여야 모두를 짓눌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의 증인채택과 추경안 처리를 연계하면서 현 정권의 주요인사들을 청문회에 불러 '서별관회의 청문회'로 만들겠다고 벼르던 야권이 더욱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문에 서명하는 3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르지 않으면 추경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평행선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여당 못지 않게 초조감을 느낀 쪽은 야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일체의 양보를 하지 않은 여당도 비판에 직면했지만, 추경안 처리와 증인채택 문제를 연계화한 야권을 향해서도 여론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야권의 공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2야당이자 원내 제3당인 국민의당이 증인채택 문제를 양보하고 추경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제1야당인 더민주가 느끼는 압박감이 커졌다.

'선(先) 추경, 후(後) 청문회' 합의를 깼다는 새누리당의 공세와 국민의당의 입장 변화가 겹쳐 더민주가 홀로 추경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비칠 경우 정치적인 역풍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최 의원과 안 수석이 없는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지만 결국 사흘 만에 증인채택을 양보하는 쪽으로 꼬리를 내려야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의원과 안 수석을 뺀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것이다. 증인채택 가능성이 거론되는 홍 전 행장은 해외에서 행적이 묘연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렇게 볼 때 여당인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이번 협상에서 나름대로 소득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한달 넘게 공전하던 추경안 심의를 재개하고 청문회의 핵심증인으로 요구받은 최 의원과 안 수석을 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백남기 청문회'를 대야 협상의 유용한 카드로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 당·정·청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이 같은 협상 방침을 귀띔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최 의원과 안 수석의 증인채택을 한사코 반대하면서 이들을 '비호'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의 증인채택 요구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청문회를 무력화하려 든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여야의 대치국면을 이어가면서 추경안 처리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더민주는 결과적으로 추경안 처리와 청문회 증인채택을 연계화한 전략은 별무소득으로 끝났다. 다만 상임위별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를 '연석회의 청문회'로 확대하고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를 얻어낸 것은 나름의 소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야3당, 추경안 30일 처리 합의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25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추경안 처리 등 의사일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하지만 이번 합의결과를 놓고도 당내 강경파가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원내 제3당으로서의 '캐스팅보트'를 활용해 나름의 존재감을 부각하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추경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는 '명분'을 살리면서 거대 여야의 틈바구니에서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실리'도 취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막판에 기울인 중재 노력이 여야 합의를 끌어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의장은 지난 12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22일 추경안 처리, 23∼25일 청문회 개최' 합의를 끌어냈으나, 추경안 처리와 청문회 개최가 모두 불발되면서 다소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이에 전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고, 이날 오전 '친정'인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여야가 한발씩 양보할 것을 간곡히 설득했다. 결국 정 의장과 우 원내대표와의 면담 이후 여야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여야가 어렵사리 추경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9월부터 막이 오르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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