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구조조정 '한파'.. 먹구름 언제 걷히나

2016. 8. 2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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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실적악화로 '몸살'

올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여의도 증권가에는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중국 증시 쇼크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악재가 잇따르면서 수익이 악화됐고, 파생상품 운용 손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증권사가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M&A)되면서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도 쉼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서도 실적이 나아지기 힘들어 감원바람이 더 세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실적 악화·인력 감축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증권사 임직원 수는 총 3만5938명으로 3월 말(3만6235명)보다 297명 줄어들었다. 2011년 12월 말 4만406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과 지난 3월 각각 32명, 74명 ‘찔끔’ 늘어났으나 추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증권사별로는 6월 희망퇴직을 받은 대신증권이 90명이나 줄었다.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는 미래에셋대우 임직원도 43명 감소했다. 이밖에 교보증권(-33명), 한화투자증권(-28명), NH투자증권(-27명), 한국투자증권(-20명), 하이투자증권(-13명) 등도 인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반면 직원을 늘린 증권사도 있었다. 최근 투자은행(IB) 부문 강화에 나선 KTB투자증권은 40명이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 IBK투자증권도 각각 27명, 24명, 16명 늘렸다.

증권가 감원 바람은 실적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12월 결산법인 49개 증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5.3%나 감소했다. 자본금 규모 상위 10개사만 놓고 봐도 -42.6%였다. 현대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합병을 앞두고 손실분을 상반기에 모두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희망퇴직을 실시한 대신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64.5%나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상반기 1910여억원이나 적자를 냈다. 수익을 내지 못하자 싱가포르계 BOS증권과 영국계 바클레이즈캐피탈증권은 지난 4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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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불확실성 하반기 지속

증권업계 실적악화는 상반기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이 확대된 탓이다. 올해 초 중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코스피는 1900선 아래로 내려간 뒤 좀처럼 2000선을 넘지 못했다. 6월 말 브렉시트로 다시 1930선으로 주저앉은 뒤 3분기 들어서야 삼성전자 호실적과 해외 유동성 공급으로 회복세다. 변동이 큰 만큼 쉽사리 주식 거래도 늘지 않았다.

판매에 열을 올렸던 ELS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기초자산으로 삼았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유로스톡스50이 하락하면서 손실이 커졌고, 헤지(ELS 투자자에게 약정된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증권사가 선물·옵션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에도 실패한 것이다. 상반기 전체 증권사의 ELS 손실 규모는 1조원을 넘는다. 한화투자증권이 최대 적자를 낸 것도 상반기 ELS 운용 손실이 196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자체 헤지 비중이 60%로 국내 증권사 평균 53%보다 높았다. 여기에 국내 다른 증권사의 ELS 헤지도 떠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도 ELS 부실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증권사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ELS 등 파생결합증권을 언급하면서 “증권사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는 않다. 증시는 하반기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으로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합병 법인 출범, 연내 현대증권·KB투자증권 합병 등이 예정돼 있어 이들 증권사의 인력 재배치나 감원 가능성이 작지 않다.

황세운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위탁매매 비중이 큰 현재의 증권업 구조에선 코스피가 2100선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인원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며 “증권사 간 합병도 일자리 창출에는 긍정적이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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