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가계부채 대책]바닥 헤매는 경기 부담됐나..분양권 전매제한 등 알맹이는 빠져

조민규 기자 2016. 8. 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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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때 소득자료 확보의무화·사업장 현장조사도, 상호금융권 비주택 담보대출 한도 40~70%로 축소, "LTV·DTI 강화 등 실질적 억제책 없어 효과 미지수"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공급 측면에서 분양시장의 물량을 조절하는 동시에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은행의 대출심사를 깐깐히 하기로 했다. 핵심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을 억제해 무분별한 분양권 투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로 가계대출이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고자 주택과 토지·상가 등 상호금융권 담보대출의 한도도 줄이기로 했다. 다만 분양권 전매 제한과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가계부채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대책들은 빠졌다. 자칫 극약 처방을 할 경우 주택시장마저 얼어붙게 해 가뜩이나 바닥을 기고 있는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집단대출 소득자료 확보 의무화=정부는 아파트 집단대출 억제에 부채 관리 방안의 초점을 뒀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소득심사를 깐깐히 하고 고정금리·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증가세가 차츰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집단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집단대출은 최근 분양시장 호조에 따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는 누적 분양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우선 투기 수요를 억제해 집단대출을 잡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현재 주택금융공사 2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건인 1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를 오는 10월부터는 각각 1건씩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집단대출에 대한 은행의 심사도 강화된다. 주금공과 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를 현행 100%에서 90%로 줄여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식으로 은행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은행들은 집단대출 차주에 대한 소득자료를 의무적으로 확보하고 대출심사 시 해당 사업장에 대한 현장조사도 진행해야 한다.

집단대출 중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한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통해 변동금리 또는 일시상환 대출의 고정금리·분할상환 전환을 유도하고 주금공이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금리우대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전세대출자금도 분할상환을 유도한다. 대출기간 동안 원금의 10% 이상 상환하기로 약정하면 보증기관의 전세보증료율을 30%가량 인하해주는 식이다.

◇상호금융회사 비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정부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깐깐해지면서 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금융권에 대한 억제책도 내놓았다. 이른바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11월부터는 상가나 토지 등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등이 취급하는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 한도가 물건별로 현행 50~80%에서 40~70%로 줄어든다. 또 신용등급이 높거나 담보 대상 부동산의 입지가 빼어난 경우 최대 10%포인트까지 인정되던 가산항목도 5%포인트로 축소된다. 전체 담보인정 한도를 최대 15%포인트 줄여 대출 규모 자체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아울러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에도 단계적으로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올해 중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권 전반의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총체적 상환부담 평가시스템(DSR)을 도입해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하기로 했다. 현재는 해당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과 기존 대출의 이자 상환액을 통해 대출 한도가 설정되지만 DSR에서는 기존 대출의 원금 상환액 부담까지 반영되므로 대출 한도 자체가 줄어든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 핵심 빠졌다” 지적도=정부는 공급과 수요를 모두 조절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복안이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집단대출만 놓고 보더라도 방안의 내용은 “은행 스스로 리스크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소득자료 수집이 의무사항으로 전환되더라도 직접적으로 대출 규모나 대출 여부가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정부는 소득을 포함한 상환능력에 대해 심사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집단대출 적용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집단대출 증가세 등을 보면서 필요한 경우에 한해 단계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도 국장은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조이게 되면 분양을 먼저 받고 주택자금을 지불하는 우리나라만의 분양구조 시스템이 돌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찬우(왼쪽)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진행된 이번 발표에는 이 차관보와 함께 도규상(가운데)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 양현근(오른쪽)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신호순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는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해 실수요자들의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누차 강조하면서도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 핵심 대책을 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 교수는 “다만 가계부채 역시 경제의 리스크 요인인 만큼 하반기에도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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