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무리수' 제 발등 찍은 한화증권

최재원 2016. 8. 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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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헤지에 1조어치 他社 상품까지 떠맡아..상반기 2천억 눈덩이 손실진웅섭 금감원장 "ELS헤지 리스크관리 강화를"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 최대인 1914억원 영업순손실을 낸 한화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가 발행한 1조원 규모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위험까지 떠맡았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 현장 점검에서 드러났다.

초과수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ELS 투자를 늘렸다가 중국발 쇼크, 브렉시트 같은 증시 급등락 국면에서 눈덩이 손실을 입은 것이다. 이런 고위험 때문에 ELS 위험회피(헤지) 운용 업무는 파생상품 분야에서 오랫동안 노하우를 축적해온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주로 맡아왔다.

하지만 한화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자체 헤지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자 금융감독원이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2008년과 같은 대형 금융위기가 재발하면 ELS가 '제2의 키코'로 돌변해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들도 무더기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화증권의 ELS 발행잔액은1조660억원이며 이 가운데 60%인 6100억원을 자체적으로 헤지 운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평균 자체 헤지 비중 53%보다 꽤 높은 것이다. 이와 별도로 한화증권은 다른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ELS 1조원어치를 '백투백' 방식으로 운용 중인 사실이 최근 금감원 점검에서 처음 밝혀졌다. 백투백 거래는 다른 증권사에 통상 0.5% 정도 수수료를 주고 헤지 운용에 따른 손익과 리스크를 함께 넘기는 방식을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백투백 거래는 보통 국내 증권사가 파생상품 경험이 많은 외국계 IB에 맡기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운용 경험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한화증권이 무리하게 다른 증권사 ELS 위험까지 떠안았다가 거액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주진형 전 사장이 재직했던 지난해 이 같은 백투백 거래를 크게 늘렸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대우 본점에서 8개 주요 증권사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시장 상황 급변 땐 헤지자산 운용 손실이 크게 늘어나 증권사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ELS 자체 헤지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 <용어 설명>

▷ ELS 헤지 : ELS 발행 증권사는 만기 3년 동안 시장상황에 따라 선물과 옵션을 끊임없이 사고파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헤지)하고,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증권사가 스스로 위험과 손익을 떠안는 '자체 헤지'와 다른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고 맡기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 두 종류가 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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