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보증 제한해 집단대출 '고삐'..여신심사 카드도 만지작

문지웅,김인오,이윤식 2016. 8.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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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소득확보 필수 중도금대출 받기 어려워져LH 공공택지 공급 작년 12.9만호→올 7.5만호 줄여..물량감소 여파 분양예정단지 청약 경쟁률 치솟을듯

◆ 8·25 가계부채 대책 / 무슨 내용 담았나 ◆

정부가 25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공급 측면에서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땅 공급을 줄이고 투기 수요·가수요는 중도금대출 보증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그동안 가계부채 대책은 소득 증대와 부채 관리, 서민취약계층 지원 강화만 포함했다"며 "이번에는 가계부채 대책 최초로 주택 공급 관리를 포함했다"고 밝혔다.

우선 부동산 시장은 중도금대출 보증제도 개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보증 비율을 중도금의 100%에서 90%로 줄이고 1인당 보증 건수도 합쳐서 총 2건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지금은 HUG와 주금공이 중도금대출액의 100%를 보증해 주지만 90%만 보증해 주고 나머지 10%는 은행이 리스크를 분담하도록 해 자율적인 대출 관리 강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보증 건수도 두 기관에서 각각 2건씩 4건까지 받을 수 있던 것을 통합해서 2건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HUG는 지난달부터 한 차례 중도금 보증 한도와 건수를 줄였다. 보증 한도는 1인당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으로 축소했고 보증 건수는 제한이 없었지만 2건으로 제한했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중도금 보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 달 만에 다시 중도금대출 증가를 압박하는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주택 공급이 계속 이어지면서 중도금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HUG와 주금공이 합쳐서 2건만 보증할 경우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주자인 오피스텔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12월 전국에서 공급될 예정인 오피스텔은 1만6500실에 이른다. 한 대형 시행사 관계자는 "임대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은 중도금대출을 활용해 오피스텔 3~4실을 매입한 후 월세로 돌린다"며 "금액이 아니라 보증 건수로 제한하면 오피스텔 투자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월부터 1인당 2건만 보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양시장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기 지역 위주로 청약통장이 몰리는 반면 비인기 지역은 수요자들이 더 철저하게 외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도권 택지 공급도 줄고 청약도 1~2곳만 할 수 있다면 수요는 강남 재건축 등 인기 지역에 집중될 것"이라며 "시장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토부가 처음 공개한 전국 20곳의 '미분양관리지역'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도금대출 차주에 대한 소득자료 확보 의무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11월부터 의무화한다는 방침인데, 이를 통해 소득수준별 집단대출 리스크를 파악한 후 필요하면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지금까지 포함하지 않았던 중도금 집단대출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집단대출 증가세 등을 보고 필요한 경우 집단대출에 대한 단계적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단대출 총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아파트를 지을 땅 공급 자체를 줄이겠다는 획기적인 대책도 포함됐다. 공급 과잉 우려도 막고 집단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도 막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땅을 확보했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인허가나 분양을 지연하는 방식은 건설업체들에 리스크가 크다"며 "땅을 확보하는 단계부터 제한을 가하면 업체 부담을 줄이면서 공급 조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LH는 총 6.9㎢(12만9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용지를 공급했는데 올해는 절반보다 조금 많은 4.0㎢(7만5000가구)를 공급하도록 해 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월세난을 고려해 국토부는 임대주택 용지 공급은 줄이지 않고 분양주택 용지만 감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LH가 택지 공급을 줄이게 되면 주로 택지를 공급받아 아파트를 공급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도심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사보다 공공택지 분양을 중심으로 중소형 건설사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지 공급이 줄어들면 이미 공급된 택지에 분양 예정인 단지들의 경우 단기적으로 청약경쟁률이 더 치솟을 가능성도 크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이달부터 12월 말까지 공공택지에 분양할 예정인 아파트는 전국 106개 단지, 9만2000여 가구에 이른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보다 10.5% 감소한 물량인데 정부가 앞으로 택지 공급을 더 줄이기로 한 만큼 분양 예정 단지 몸값은 더 치솟을 전망이다. HUG의 PF대출 보증 신청 시점을 사업계획 승인 이후로 조정하고 수용·매도가 확정되지 않은 토지가 포함된 경우 PF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도 업체들로서는 큰 부담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PF대출 보증서를 사업계획 승인 후에만 발급해 준다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지웅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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