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과학] 태풍은? 모기는? 내년도?..폭염의 끝자락 3대 미스테리

김민수 기자 입력 2016. 8. 25. 17:05 수정 2016. 8. 25. 17: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태풍은 왜 없었나요?”
“더위는 극성인데, 모기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설마...내년에도 이런 더위가 또 찾아올까요?”

계속되는 열대야에 잠못 이룬 서울시민들이 한강 둔치로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다./연합뉴스

한 달 넘게 지속된 올 여름 열대야와 폭염이 서서히 물러날 채비를 하면서 더위에 시달린 시민들이 기상청에 여전히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 더위가 유난했던 만큼 일반인들도 ‘기후 변화'나 ‘기상 이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해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답변을 원한다.

8월 25일까지 서울 지역에서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는 24일 발생했다. 이는 최고로 더웠던 한 해로 기록됐던 1994년(29일)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기상청은 26일부터는 서울에서 낮기온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물러나 더 이상 폭염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염의 끝자락, 일반인이 가장 궁금해 하는 폭염 미스테리 3가지를 풀어본다.

작은 물웅덩이를 말려버린 더위...모기 개체수 확실히 줄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성가셨던 모기는 올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모기의 실종도 폭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970년대부터 일본 뇌염 예방을 위해 전국 각 도에 모기 서식지를 중심으로 10개의 지역을 선정, 매년 이곳의 강수량와 서식지를 조사해 왔다. 해마다 모기가 어느 정도 출현할지 예측하기 위해서다.

흰줄숲모기/조선비즈 DB

올해 10개 조사 지역의 7월 평균 강수량은 289mm로, 예년 평균 강수량 298mm와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모기가 산란하고 생식활동을 하기 위한 서식지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염으로 모기의 서식지인 작은 물웅덩이들이 말라버리면서 올해 모기의 개체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장규식 질병관리본부 질병매개곤충과 연구사는 “조사해 온 지역의 7월 강수량이 올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폭염으로 물웅덩이가 말라 모기 서식지가 파괴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해외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32도 이상 되면 모기의 생식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초 지카 바이러스 위협으로 인한 조기 방역, 방제도 폭염과 함께 모기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 연구사는 “올해 초부터 모기 방역을 위한 인력과 기간을 2배로 늘린 데다가 폭염으로 서식지까지 파괴되면서 올 여름 모기 개체수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초강력 북태평양 고기압, 열대 저기압인 태풍도 밀어내

2016년 8월 25일 오후 기상청 특보 상황. 일부 남부 지역에만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대부분 지역엔 특보가 발령되지 않았다./기상청 캡처

올해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생긴 태풍은 7월 4개, 8월 7개였다. 평균적으로 7월에 4개 가량, 8월에 6개 가량의 태풍이 발생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태풍 발생 빈도는 예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올 여름 7~8월에 한반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태풍은 없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으면서 태풍이 비집고 올라올 틈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사무관은 “기압계는 원래 움직이기 마련인데 올 여름 한반도에 영향을 준 북태평양고기압은 강하게 정체하면서 자리잡고 있었다”며 “고기압은 저기압을 밀어내는 경향이 있는데 강하게 정체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열대 저기압인 태풍을 밀어냈기 때문에 한반도에 태풍이 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무관은 또 “제일 강력한 태풍이 보통 9월에 오는 경향이 많아 올 9월엔 강한 태풍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추이를 봐야 하겠지만 만일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측 어렵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폭염 거스를 수 없어”

최근 발생한 제 10호 태풍 ‘라이언록’이 한반도를 빗겨 일본 쪽으로 향하고 있다./국가태풍센터 제공

서서히 물러나고 있는 범상치 않은 올 여름 폭염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앞으로 폭염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전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빈번하게 발생하는 ‘약한 엘니뇨’ 현상으로 올 여름과 같은 폭염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항공우주국(NASA)는 2016년 7월이 기상 관측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달인 2011년 7월과 2015년 7월에 비해 2016년 7월 기온이 0.18도 더 높았다는 것이다.

NASA는 화석 연료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온실 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가 결합되면서 지구 전체의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니뇨 현상은 우리나라 여름철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는 주기가 빨라지고 남미 부근에서 발달했던 엘니뇨가 서서히 태평양 중앙 쪽으로 이동하면서 엘니뇨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한반도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올해 7월을 관측 사상 가장 기온이 높았던 ‘달’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 NASA 홈페이지 캡처

김선태 APEC기후센터 기후연구팀장은 “보통 엘니뇨 현상은 평균적으로 2~7년 주기로 발생했는데 2000년대 들어 약한 엘니뇨 현상이 2~3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태평양 동쪽 적도 부근에서 발생했던 엘니뇨가 태평양 중앙 쪽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엘니뇨의 영향이 전지구로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번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은 뜨거운 공기를 포함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폭염이 장기간 지속됐다. 여기에는 동아시아의 대기순환의 변화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폭염이 연중 행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우섭 APEC기후센터 기후예측팀장은 “동중국해에 저기압이 발달하면 대기의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지만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수증기가 한반도에 유입되는 현상을 약하게 만든다”며 “저기압이 빈번하게 생기면 주변 지역에서 바람이 불어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더 커지는 동시에 한반도에 정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한반도 여름철 낮기온이 40도가 넘는 날도 머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2도였고 26일은 28도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폭염은 물러나지만, 9월 초까지는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