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가계부채 대책] 공급 줄이지만 알맹이 빠져 실효성 의문

안재만 기자 입력 2016. 8. 25. 13:42 수정 2016. 8. 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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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은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분양 자격 강화, 집단대출 소득 심사 적용 등 당초 시장에서 거론됐던 강도 높은 규제책을 전부 제외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 2신도시의 모습 /조선DB

일각에서는 애초 정부의 발표 목적이 한국은행의 2분기 말 가계신용 수치를 덮으려는 것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257조3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33조6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작년 4분기 말에 이어 역대 2번째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은 발표로 인해 가계부채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갖게 될 수 있어 이에 맞춰 관계부처가 협의하고 논의했던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실제 한은 통계를 봐도 비(非)은행 대출이 10조원 넘게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비은행 대출 규제안을 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공급량 조절 계획이 담긴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공급량 줄이겠다는데…집값 더 뛸 가능성 있어

25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관계부처 합동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주택공급 관리 ▲집단대출 관리 강화 ▲비은행 주택담보대출 및 기타대출 등 취약 부문 관리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책 중에서는 처음으로 주택공급 관리 방안이 담겼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토교통부의 협조를 이끌어내 처음부터 주택 공급량을 조절해 대출이 폭증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내는 상태에서 물의 양이 늘어나지 않게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공급을 줄여나가자는 내용을 담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올해 공공택지 공급량을 전년의 58% 수준인 7만5000호 정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또 분양보증심사를 강화하고, 인허가 단계 때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허가가 남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올 들어 11조원이 넘게 늘어난 집단대출에 대해 소득심사를 적용하는 내용이나, 투기 목적으로 분양권을 사들이는 투자자를 걸러내는 방안 등이 빠져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DB

정부는 집단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분할상환, 소득심사 강화)을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집단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소득심사를 받지 않고 분할상환도 적용되지 않는다. 아파트 입주시 받는 잔금대출은 거치기간(이자만 내는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설정할 수 있고, 소득이 없어도 받을 수 있어 만약 집값이 떨어진다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토부가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돌려 말하면 이 때문에 주택 가격이 더 치솟고 투기 수요가 대출을 내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애초 정부의 목표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점을 되짚어보면 여러 모로 이상한 것이 이번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집단대출 소득심사 적용이 빠진 이유는 특히 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정부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양호하다”

정부는 강도높은 주택담보대출 및 집단대출 규제가 빠진 이유에 대해 “주택대출의 건전성은 그나마 양호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않는 이상 부실화될 위험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문제는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이라고 봤으며, 이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방안이 대책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용대출과 상호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이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소득심사 적용, 담보인정비율 정비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은 발표와 같은 날 대책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는 “덮으려고 했다기 보다 혼선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관계부처 모두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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