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은 또 어쩌나"..국민들 '폭염 트라우마'

박영주 2016. 8. 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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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만리재고개 인근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선그라스를 쓰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외벽작업을 하고 있다. 2016.08.18. suncho21@newsis.com

지독한 폭염 겪고 '8월 공포증'까지 호소
'해가 갈수록 더 더워질 텐데…' 암울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1994년 이후 22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무더위 탓에 올 7~8월은 다수 시민들에게 '악몽 같았던 여름'으로 각인됐다.

온몸이 타는 듯한 폭염을 경험한 시민들은 "올해 여름은 참 끔찍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시민은 "내년 여름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8월이 무섭다"며 트라우마 증상까지 호소하는 상황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박모(60)씨는 야외에서 탈진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 박씨는 "날이 뜨거우면 현장 분위기가 예민해지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연일 35도를 웃돌던 날씨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몸서리를 쳤다. 그는 "내년 여름도 올해처럼 더우면 건강을 위해서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워킹맘인 한모(31)씨는 건물 안팎의 온도 차가 너무 커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는 "감기가 걸려서 몸은 아픈데 열대야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에어컨을 밤새 켜놔야 했다"며 "전기요금 걱정에, 건강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여름이었다"고 회상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8월에 생일이 있지만 여름이 너무 싫어 생일조차 기대가 되지 않는다"며 "올해 여름을 너무 혹독하게 나는 바람에 내년에는 '8월 공포증'이 더욱 심하게 다가올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전업주부 임모(56)씨는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인데도 에어컨이 없으면 살기 어려울 만큼 올해 여름은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샤워 후 옷을 입는 동안에 벌써 땀이 흐를 정도였다"고 했다.

육아휴직 중인 신모(32)씨는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고 살았더니 지난달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3배 많은 17만원이 나왔다"면서 "내년 여름에 대비해 미리 전기요금을 따로 모아둬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프리랜서 이모(31)씨는 "기상청이 올해 여름을 더욱 길게 만들었다"며 잦었던 오보를 짜증스러워 했다. 이씨는 "광복절께 폭염이 누그러진다는 기상청 예보를 듣고 한숨 돌렸는데 그 시기가 점점 늦춰졌다"며 "무슨 '희망 고문'도 아니고, 매번 틀릴 거면 뭐하러 예보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일부 시민은 폭염으로 인한 성격 변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직장인 장모(30)씨는 "날이 덥다 보니 성격까지 포악해지는 것 같다"라며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매번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더위에 약한 편인데 내년 여름은 올해보다 더 더울까봐 무섭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모(34)씨도 "올 여름 늘어난 짜증으로 여자친구와 자주 싸웠다"면서 "원래 화를 잘 참는 성격인데 폭염과 업무 피로도가 겹치다 보니 몸이 축축 쳐지고 신경이 예민해졌다"고 털어놓았다.

무더위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뚜렷한 연관성이 있지만 해가 갈수록 여름은 더 덥고 길어질 전망이라 시민들을 암울하게 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온도 변화가 심할수록 자살이나 우울증이 많아지는 등 더위와 감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스트레스로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다 보니 교감신경이 많이 흔들려 화가 나고 짜증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상학회장인 손병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 탓에 평균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5월 발효된 것처럼 해가 갈수록 여름은 더욱 길어지고 더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교수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여름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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