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송금한 피 같은 내 돈..이럴 땐 은행도 일부 책임 있다

권화순 기자 2016. 8. 25. 11: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은행에도 일부 책임 인정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선관주의 의무 위반'으로 은행에도 일부 책임 인정 ]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에서 실수로 계좌번호나 금액을 잘못 입력해 송금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법원 판례를 보면 돈을 잘못 송금받은 사람이나 은행 책임은 없다. 송금받은 사람이 돈을 인출해 써도 실수로 돈을 보낸 사람이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최근 몇년 사이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송금이 늘면서 착오송금 건수가 증가 추세다. 은행들은 그간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착오송금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바일뱅킹이 확산되며 착오송금과 관련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은행도 착오송금에 대해 60% 책임을 지라"는 분쟁조정 결과를 내놨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A씨는 1460만원을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거액의 돈을 보내고 나서야 그는 돈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 계좌로 송금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랴부랴 국민은행에 찾아가 자금 반환 신청을 했지만 국민은행은 "착오송금은 돈을 받은 계좌주의 동의를 받아야 반환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해당 계좌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계좌는 심지어 여러 사람이 가입류까지 걸어놓았다. 다행히 문제의 계좌는 한 장애인단체의 지점이 관리하는 계좌여서 계좌주와 연락이 되지 않아도 장애인단체 본점이 동의하면 착오송금된 자금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A씨는 백방으로 뛰어 가압류 신청도 해제했다.

A씨는 모든 구비서류를 국민은행에 제출하고 반환을 기다렸지만 국민은행 직원은 "타행(NH농협은행) 계좌로 반환되는데 1일이 걸린다"고 했다. 그 사이 계좌에 걸렸던 가압류가 해제됐다는 문자를 받은 국민은행 계좌주는 거액의 잔액을 확인하자 마자 1460만원 전액을 인출해 달아났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국민은행은 압류를 해제할 경우 부정인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A씨에게 계좌의 지급정지 신청을 안내하지 않아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가 손해본 금액의 60%인 876만원을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의 착오송금 건수는 지난해 6만1000건에 달했다. 2011년 4만4000건에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잘못 송금받은 사람이 반환에 동의하지 않은 건수도 지난해 3만건이 넘어 전체 착오송금의 절반에 이르렀다. 모바일뱅킹이 널리 퍼지면서 착오송금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씨 사례에선 가압류 해제에 따른 계좌 지급정지 신청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은행 책임이 인정됐지만 대부분은 돈을 잘못 보낸 사람이 100%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송금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착오송금의 경우 해당 계좌가 착오송금 관련 계좌라는 사실을 은행원이 사전에 전상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착오송금 반환기간을 줄이려는 은행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