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윤갑근 수사팀, 왜 시작부터 의심을 받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입력 2016. 8. 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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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민정수석, 제대로 수사 불가능"..정권이 믿고 맡기는 수사해와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를 맡은 윤갑근 특별수사팀장(대구고검장)이 수사팀 인선을 완료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현직 민정수석 그것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권력 핵심부를 향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사결과에 따라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남을지 아니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될 지 시험대에 섰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윤갑근 수사팀', 왜 시작부터 의심을 받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의혹의 수사팀장을 맡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이제 수사팀을 꾸렸는데 시작부터 의심을 받는다는 얘기냐?

= '윤갑근 특별수사팀'이 수사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외부적인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윤갑근 팀장 개인에 대한 것이다.

▶ 외부적 요인은 뭐냐?

= 첫 번째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여전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갑근 수사팀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최소한 기소하는 일을 제외하고 우병우 수석에게 면죄부를 줄 경우 수사팀의 어떤 설명이나 이론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공정성이 의심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수통 출신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피조사자를 제압해야 수사가 이뤄질텐데 실세로 불리는 민정수석으로 버티고 있는 사람과 그 부인, 아들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우 수석이 지금 버티는 걸로 볼 때 감찰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민정수석으로 놔두고 수사하라는 건 수사를 하지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조사도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유형무형의 압박도 받을 것이고 자료를 제출해야할 경찰이나 다른 기관들이 우 수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것이라는 얘기다.

(사진=청와대 제공)
두 번째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수사 결과를 예단하게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들어 민감한 일이 터질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수사결과는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 않았다.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과 관련해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 공개해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은 '사초 실종'만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해 '사초 실종'과 관련해 참여정부 관계자를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14년 정윤회 국정 농단 의혹 문건이 공개되자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을 '국기 문란'으로, 문건 내용을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로 규정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검찰은 가이드라인에 충실하게 국정농단은 사실무근으로 문건 유출에 대해서만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이 두 사건에 대해 '우병우 수석은 무죄이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유죄'라고 밝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기본적으로 검찰 특별수사팀에 누구를 임명하더라도 청와대의 입장이 이미 수사 가이드라인처럼 공개된 마당에 그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시험문제지에 이미 답이 적혀져 있으니 그 답안지 그대로 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세 번째는 감찰대상인 우병우 민정수석과 감찰을 실행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같은 비중으로 수사한다는 자체가 이미 불공정한 수사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아무리 공정하고 엄격하게 수사하더라도 두 사안을 동일한 비중으로 수사한다면 결과에서도 두 사안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두 사안이 같은 비중이 아닌데도 어느새 같은 비중으로 맞춰져 있으니 검찰은 그 틀에서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사건을 단순화시켜서 보면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된 의혹은 차고 넘친다. 우 수석 아들의 보직특혜만 해도 그렇다.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는 민정수석의 아들을 누가 운전기사로 부리고 싶겠나? 그 가족의 동의 또는 요청이 없었다면 가능할까?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운전병의 위치나 역할, 그 처지를 알 것이다. 꽃보직이라고는 하지만 '따까리'라고 불리는데 실세 민정수석의 아들에게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시키기 쉬울까?

우 수석과 처가를 둘러싼 여러 고발 사건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우 수석은 넥슨의 처가 부동산 고가 매매에 따른 특혜의혹과 우 수석의 장모 등이 기흥CC 배당 등과 관련해 횡령, 배임,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우 수석 처가가 경기 화성 땅을 차명 보유해 탈세를 했고, 농지법을 위반한 한 의혹도 사고 있다. 우 수석이 아내가 차명 보유한 땅을 재산신고때 누락했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반면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기관들이 감찰조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어려움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언론에 알려진 내용외에 무얼 위반했는지 대화한 내용만 확인해서 무혐의를 할 지 입건을 할 지만 결정하면 되는 사안이다.

이 두 사안이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 '기계적 균형'을 맞춘다면 '편파 수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의혹의 수사팀장을 맡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윤갑근 특별수사팀장 개인과 관련된 요인은 뭐냐?

= 이미 언론들에서 엄청난 보도를 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관계와 그동안 윤갑근 고검장이 지휘한 사건들의 수사결과 또 윤갑근 수사팀장을 선택하게 된 이유 등이 복합적이다.

그렇지만 윤갑근 고검장을 잘아는 전현직 검찰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청와대의 의중에 맞게 결과를 도출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과 윤 고검장이 의외로 강단이 있어서 검찰이 망가지는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윤갑근 고검장의 내부적 요인 첫 번째는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개인적 인연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고검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은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2008년 서울지검에서 부장으로 근무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있을 때 윤갑근 고검장은 서울지검 3차장으로 업무 조율을 했다. 검찰내부에서는 '윤 고검장은 검찰 고위 간부 가운데 우 수석이 가장 믿을 만한 인사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두 번째는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의 수사 스타일이 정면돌파보다는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CBS 구용회 사회부장의 분석인데 윤갑근 고검장은 서울지검 3차장, 서울지검 1차장, 대검강력부장, 반부패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정국을 흔드는 대형사건들을 수사하건 지휘해왔는데 그 결과를 보면 정권이나 윗사람들이 안심하고 믿고 맡기는 결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 사건이 '국정원 증거조작사건'과 '정윤회 문건수사'인데, 수사결과는 꼬리자르기였다는 것이다.

국정원 증거조작사건은 간첩을 잡아야 할 국정원이 중국까지 가서 '공작비'로 상대국 정부의 공문을 위조하며 헛돈을 날린 사건인데 당시 검찰은 윗선은 봐주고 아랫선은 '개인적 일탈'로 축소했다는 것이다. 간첩증거조작은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형법을 적용해 봐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우병우 무혐의', '이석수 특별감찰관법 위반으로 기소'를 선택하거나 물타기로 두 건다 불기소 결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직 한 고검장은 "윤갑근 고검장을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했을 때는 튀지는 않을거다. 안전판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렇지만 변수는 있다는 것이다.

윤갑근 고검장은 성균관대 출신이고 우 수석보다 세살이 많다. 사법시험 동기고 같이 근무하면서 호흡을 맞추기는 했지만 그렇게 절친한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두 사람을 잘아는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두 사람이 업무적으로는 잘 알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렇게 절친한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고검장과 가까운 한 중견변호사는 "윤갑근 고검장이 강단이 있다. 어려운 일을 맡았지만 잘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민정수석이나 특별감찰관이 고검장급 이상이므로 특별수사팀장으로 고검장을 임명했는데, 현직 고검장 중에는 윤갑근 외에 다른 카드가 없다. 따라서 윤갑근 고검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은 "나는 검사다. 검찰 조직 안에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든 뭐든 검사로서 주어진 일 할 뿐이다. 다만, 어려움은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검사로서의 기개를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수사결과는 보나마나 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전망하고 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고 검찰은 특별수사팀이라는 이름으로 물타기를 하거나 권력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지만 정치를 생물이라고 하듯 검찰의 수사도 생물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생물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검찰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특별수사본부가 더도 말고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사시절 수사하는 방식으로 수사하면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우 방식'이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듯이 주변을 탈탈 털어보면 어떤 비위가 있었는지가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이 검찰을 위한 구원투수가 될 지 우병우 수석이나 청와대를 위한 구원투수가 될 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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