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만의 폭염.. 닭 389만마리 폐사, 우럭 100억 피해
올해 8월은 '폭염 지옥'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혹독했다. 23일 현재 서울의 경우 폭염 일수(낮 최고 33도 이상인 날)가 올여름(6~8월) 전체적으로 24일을 기록, 지금까지 최고였던 1994년(폭염 일수 29일)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웠다. 열대야(하루 최저기온이 25도 이상)도 33일로, 1994년(36일) 수준에 육박했다. 사람 피해는 물론 가축과 물고기 등이 떼죽음을 당하며 경제적 피해도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4년 먼저 온 '폭염 지옥'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 2014년 빅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재난 상황을 그린 '2020년 한 달간의 폭염 지옥' 시나리오를 내놨다. 여름철 한 달 동안 더위가 극심할 때 온열 질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감염병 환자가 급증하며 전력 소비량이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안전연구원이 그린 '폭염 지옥'은 예상 연도인 2020년보다 4년 먼저 올여름 현실화됐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약 411만7000마리로 400만마리를 넘겼다.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보다 17.8%가 늘어난 수치다. 가축 종류별로는 23일까지 닭 389만3525마리, 오리 14만6232마리, 메추리 7만마리, 돼지 8207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가축 폐사로 인한 재해보험 지급액만 134억6500만원이 될 전망이다.
양식장 피해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3일까지 공식 집계된 양식장 물고기 폐사는 306만6082마리, 피해액으론 42억8000만원이다. 아직 피해 규모를 집계 중인 충남 서산·태안군의 우럭 폐사와 전남 완도군의 전복 폐사까지 더해질 경우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안면도해산어양식협회 관계자는 "안면도에서만 고수온으로 인한 우럭 폐사 피해가 100억원 상당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냉방 기기 의존도가 증가할 것이란 '폭염 지옥' 예측도 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전력 사용량은 올여름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력 사용량을 가늠하는 척도인 시간대별 전력 사용량이 냉방기 사용 급증으로 올 8월 들어 역대 최고 기록을 6차례나 갈아치웠다. 한전은 "주택 8월 전력 사용량은 지난달과 비교하면 평균 10~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각 가정에서는 다음 달 전기료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량이 많으면 단위 요금이 최대 11.7배까지 커지는 누진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철도도 더위에 제 속도를 못 내는 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올해 코레일 고속철이 선로 온도가 올라가 선로가 휘면서 탈선할 것 등을 우려해 서행 운행을 한 것은 지난 22일까지 총 29일로 2013년(11일), 2014년(5일), 2015년(7일) 등에 비해서 2~6배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는 '예고편'일 수도"
그러나 앞으로 올여름과 같은 폭염 재난 상황은 더 자주 더 강력하게 찾아올 가능성이 클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마다 기상관측 기온이 역사상 최고치를 자꾸 갈아치우는 추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 7월 세계 평균기온은 1950~1980년 7월 평균기온보다 0.84도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NASA가 세계 평균기온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모든 달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올여름 더위는 앞으로 펼쳐질 최악의 폭염 상황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인류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아 지구 평균온도가 계속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연구에 따르면 건강 손실로 인한 누적 비용은 2011년보다 2020년엔 약 16조원, 2030년에는 약 38조원, 2050년에는 약 101조원 더 많이 들 전망이다.
◇"폭염 컨트롤 타워 시급"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상재해 사망자 비교에서 1994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3384명)는 2위로 꼽힌 1936년 태풍 사망자 1104명의 3배 이상에 이른다. 외국도 폭염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 사례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03년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이례적 폭염에 프랑스에서만 1만4802명 등 유럽 전역에서 3만5000여 명이 초과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8월 들어 23일까지 서울의 최고기온 평균은 34.5도로 평년값(1981~2010년 평균)보다 4.3도 높아 폭염 피해가 현실화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폭염을 국가적 '자연 재난'으로 보고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어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안전처에서 태풍 등은 재난으로 규정해 관리하면서도 폭염은 현재 재난 및 안전 관리에 관한 기본법상 재난으로 규정해 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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