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프리카' 돈 잃어도 '호호'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입력 2016. 8. 24. 22:43 수정 2016. 8. 2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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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현지 잘 모른 채 36조원 붓고
ㆍ리스크 관리 실패 손실 불구
ㆍ기업 38곳서 89조 추가 투자

중국이 2000년대 중반부터 아프리카의 자원 보유국들을 공략하며 대규모 투자와 원조에 나서자, 미국과 유럽은 “인권·환경을 도외시한 투자”라며 비난했다. “아프리카가 중국에 점령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고, 심지어 ‘신식민주의’라는 비난까지 일었다. 중국과 아프리카를 합성한 ‘차이나프리카(Chianafrica)’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10여년에 걸친 투자의 성적표는 어떨까. 중국 기업들이 현지 사정을 잘 모르고 무차별 투자를 해 큰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아프리카에 인프라시설, 에너지, 광산업, 제조업 등 여러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해왔지만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고 경영 능력이 부족해 큰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정정이 불안한 리비아·코트디부아르·남수단과 극단주의 무장세력 보코하람이 창궐하는 지역의 산유시설에 투자한 것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2014년 기준으로 약 3000개의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 52개국에 323억5000만달러(약 36조원)를 직접투자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보고서는 구체적 손실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위한 투자처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데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하고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속내도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아프리카 내전과 테러 공격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의 남수단 투자는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국유기업 CNPC는 남수단 최대 유전인 폴로이치 유전에 투자했으나 2011년 독립한 이후에도 남수단의 정정불안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오히려 내전이 재발했다. 결국 CNPC는 지난해 직원 400여명을 철수시켰다.

지난해 중국철도건설공사 임원 3명이 말리에서 테러 공격으로 숨지고 2014년에도 나이지리아, 잠비아, 카메룬 등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연쇄 공격이 벌어지는 등 반중 감정이 고조된 것도 문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구매력이 오히려 떨어진 것도 투자 수익을 낮춘 요인이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보기만큼 쉽지 않다”면서 2008년 중국이 우간다 등과 협정을 맺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실체가 없는 ‘빅토리아호 자유무역지대(LVFTZ)’를 사례로 들었다.

그럼에도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승용차 조립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기업 38개가 지난달 나이지리아에 800억달러(약 89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아프리카의 농업 현대화, 인프라 건설 등에 3년간 600억달러(약 67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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