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역학조사 착수.. 피해 구제는 힘들 듯

이훈성 2016. 8.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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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2년 내원자 대상

감염 드러나도 증거 확보 어려워

원장 교체 잦아 책임 부인하면

결국 피해자들 자비로 치료해야

서울 동작구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의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보건당국이 25일부터 감염 경로와 피해자를 가리는 역학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지금도 1만명을 넘는 역학조사 대상자가 3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해당 의원의 책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고가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할 피해자들의 구제에 난항이 예상된다.

24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2011~2012년 서울현대의원을 내원한 1만1,306명에게 주소지 관할 보건소를 방문해 C형간염 및 기타 혈액매개감염병(B형간염, 에이즈, 매독) 감염 여부를 검사하라는 안내 메시지 및 전화가 25일부터 발송된다. 이번 검사 대상은 2006~2016년 해당 의원 전체 내원자 3만4,327명 중 5,713명에 대한 건강보험공단 자료 활용 표본조사에서 C형간염 발병이 가장 빈발한 것으로 나타난 시기의 내원자들이다.

그러나 나머지 시기 내원자의 발병률 역시 국내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터라 조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때문에 피해자 구제를 위한 필수적 절차인 역학조사부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역학조사를 통해 의료기관 과실이 입증돼야 피해자가 이를 근거로 법원이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의료기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당국은 내원자 표본조사에서 드러난 높은 C형간염 발병률을 근거로 의원 측 과실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자가 대거 드러나도 이에 대한 의원 책임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당국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C형간염이 집단 발병한) 다나의원의 경우 의료기관이 과실을 인정하고 당국 또한 오염된 주사기 등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역학조사를 거쳐 순조롭게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3월부터 5개월에 걸쳐 증거 수집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는 터라 의심만 갖고 역학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 원인 규명 과정에서 주요 근거로 활용될 진료기록이 이번 경우엔 유용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당 의원이 건보공단에 진료비 청구 기록이 남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을 많이 처방한 데다가, 당국 조사 과정에서 진료비를 부당 청구한 사례도 다수 드러나면서 기존 기록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의원 경영 이력도 피해자 구제를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해당 의원은 2001~2011년 G의원, 2011~2014년 서울현대의원, 2014년 이후 JS의원으로 이어지면서 간판과 원장이 지속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집단 감염이 빈발한 2011년 이후엔 원장이 다섯 차례나 교체된 터라 의원 과실이 드러나더라도 당사자들이 책임을 부인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경우 배상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피해자는 치료비를 고스란히 자비로 부담하거나 병을 방치해 건강이 더욱 악화하는 등의 2차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서울현대의원은 유전자 2형 C형간염이 주로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요 치료제인 소발디의 본인부담 금액은 12주분 기준으로 650만원 수준이다. 5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3,900만원에 달하던 약값이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집단감염 사고의 경우 해당 병원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피해자가 신속히 치료를 받는 것이 급선무”라며 “정부 역시 관리 소홀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먼저 지급하고 병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법규가 없어 당장 시행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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