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개월간 법안처리 '0'.. 20대도 직무유기

전웅빈 기자 2016. 8. 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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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쟁·내홍에 '협치' 실종 8월 임시국회도 개점 휴업 상태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폐기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회에 참관 온 초등학생들이 23일 오후 텅 빈 본회의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추경 처리를 위해 지난 22일 개최키로 했던 본회의는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로 열리지 못했다. 이동희 기자

20대 국회 개원 3개월 동안 법안 처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겨우 문을 연 8월 임시국회는 정쟁에 묻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빈손으로 문을 닫을 처지다. 특히 추경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까지 처했다. 지난 5월 30일 20대 국회 첫발을 내딛으며 ‘민생을 위한 협치’를 외쳤던 정치권의 다짐은 이미 허언(虛言)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까지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모두 1660여건이다. 하루 평균 20건가량 발의된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법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회의를 못 열었으니 처리된 법도 없다.

새누리당은 지난 7월 고위 당정청 회동을 열고 노동개혁 4법과 규제프리존법, 규제개혁특별법 등 박근혜정부 중점 법안을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최우선 처리키로 공언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까지 나서서 경제민주화 취지를 담은 상법개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당 역시 공정거래법 개정안, 최고임금법 제정안,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 등을 주력 처리 법안으로 올렸다.

그러나 법안 처리를 위한 협상은 뒷전이었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여야 모두 당내 갈등으로 사실상 집안 단속에 여념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비대위 체제에서 무소속 탈당 의원 복당 등 문제로 진통을 겪었고, 8·9전당대회 과정에선 총선 참패 책임론으로 계파 갈등이 분출됐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더민주 역시 비대위 체제로 구심점이 없었고,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노선 갈등까지 벌어졌다. 국민의당은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대응으로 리더십 위기를 겪었다. 국회의원 상당수는 7∼8월 여름휴가를 가거나 해외 시찰 명목으로 국회를 비웠다. 지도부 협상은 사드 배치나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등 굵직한 정치적 현안에 막혀 진척을 내지 못했다.

8월 임시국회는 추경 처리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를 연계한 협상으로 겨우 물꼬를 텄다. 여야 합의는 그러나 ‘서별관회의’ 관련 증인 협상이라는 정쟁으로 처리기한을 넘기면서 다시 물거품이 됐다. 법안 처리 연계로 사상 최악의 국회 비판을 받았던 19대 때와 똑같은 행태다.

여야 3당은 추경안 처리 무산 책임 공방도 거듭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3당 대표가 만나 국민 앞에서 서명한 합의서가 완전히 휴지조각이 됐다”며 “친노 강경 세력들에 의해 합의가 원천 파기되는 의회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천문학적 국민 세금을 집행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분들의 해명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국민 세금만 지출해달라는 것에 응할 수 없다”며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출석 원칙을 고수했다. ‘법안 연계처리→합의 파기→책임 떠넘기기’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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