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원의 미래의 속도 / 끝]태양에너지를 알뜰하게 다 써먹는 방법은

2016. 8. 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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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가정에서부터 산업용 단지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르지만, 그래봤자 지구가 태양에 신세지는 복사에너지는 원래 총방출량의 고작 20억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는 손님들이 매장에 설치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값을 깎아준다. 그로 인해 생긴 전력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기료가 아까워서라기보다 소비자 눈길을 끌려는 이슈 마케팅 차원이다. 그러나 유한한 화석연료 고갈을 우려해 진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례도 있다. 올 초 모로코 국경 내 사하라사막에 세계 최대의 태양광발전소가 1단계 완공되어 발전에 들어갔다. 축구장 600개 면적에 무려 50만개의 태양전지가 들어설 이 단지의 총발전용량은 160MW에 이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컨소시엄을 주도한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점이다. 석유가 설령 수십 년 안에 고갈되리라는 학자들의 전망이 맞는다 해도 대체에너지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자원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속내다. 앞으로 태양광발전의 미래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이 글에서는 조만간 가능한 대안에서부터 아직은 상상 속에서나 가늠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함께 둘러보려 한다.

태양광발전시설을 아예 우주에 건설 일반적으로 태양광발전은 핵발전과 달리 청정하고 안전하며 수력, 조력, 풍력, 그리고 지열발전 등과 달리 생태계 파괴와도 무관한 반영구적 대안에너지원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광기전성(光起電性) 전지 재료인 카드뮴과 갈륨은 지구상의 희귀원소들이라 안정적 수급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유해물질이라 지질(地質)오염이 우려된다. 2014년 KIST에서 무독성 범용 원소를 이용한 태양전지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에 상용화되려면 다시 상당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더구나 태양광발전은 변덕스런 날씨와 기상조건에 따라 툭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비가 거의 오지 않고 일조량이 많은 곳에 세워야 효율이 올라가므로 범용적인 입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인근 주거지나 농토와의 분쟁을 피하고자 저수지와 호수 같은 물 위에다 태양전지들을 대규모로 설치하기도 하는데, 생태계의 균형을 어지럽힌다는 맥락에서는 산의 경사면을 헐어 태양광발전을 해온 기존방식과 오십보백보 아닐까.

천문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태양 복사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재활용할 수 있는 초거대 인공구조물을 고안해냈다. 그림은 이 ’다이슨 구’ 상상도 / earthsky.org

일부 과학자들은 태양광발전소의 입지선정을 놓고 아예 발상의 전환을 꾀한다. 그것은 발전시설을 아예 우주로 옮기는 것이다. 지구 궤도상에 인공위성들과 나란히 자리한 대단위 태양전지 단지에서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한 다음 이를 마이크로파 형태로 지구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일찍이 프레데릭 폴(Frederik Pohl)이 <냉전 The Cool War; 1981년>이란 소설에서 선보인 바 있는 이 방식은 우주공간에서 발전과정이 완료되므로 지상의 환경에 무해할 뿐 아니라 대기권을 거치지 않고 바로 태양풍을 맞이하는 까닭에 에너지 전환효율이 훨씬 더 극대화된다. 실용화의 관건은 전지에 축적된 전기를 가급적 손실을 최대한 줄이면서 지상으로 송신하는 기술의 상용화에 달려 있다. 2015년 초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은 10kw의 전력을 무선으로 500m 떨어진 곳까지 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장차 태양광발전소를 우주로 옮기게 되면 산업시설과 생활전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기자동차들은 더 이상 지상의 충전소들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곧바로 GPS 충전 전용 안테나를 통해 우주에서 마이크로파를 수신하여 배터리를 충전하면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중동국가들처럼 국토가 크고 오지가 많은 나라들에서 전기차 보급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우주에서의 태양광발전이 조기 가시화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전기충전소 시장이 아예 궤멸하다시피 하며 관련 사업자 시장이 전면 재편될지도 모른다. 그리 되면 우주개발 선진국들일수록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어느덧 우주를 넘나드는 기술이 군사(軍事)와 외계탐사라는 특정영역만이 아니라 일상의 비즈니스와 밀접한 연관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초거대 인공구조물로 태양을 감싸

이상에서 보듯 일반가정에서부터 산업용 단지에 이르기까지 태양광발전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은 식을 줄 모르지만, 그래봤자 지구가 태양에 신세지는 복사에너지는 원래 총방출량의 고작 20억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2007년 영국의 정유회사 BP가 발표한 세계 에너지 수급 전망을 보면 21세기 초부터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일어나 2050년쯤이면 공급이 수요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리라 우려된다. 석유와 석탄에 편중된 에너지원 의존도를 줄이고자 수력과 원자력이 등장했으나 21세기에 접어든 현재 늘어나는 수요의 일부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한마디로 인류문명이 추구하는 산업화에 정점이 있을 리 없으니 에너지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흡사 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말라하는 사람 같다. 그렇다면 태양이 온 사방으로 발산하는 복사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쯤에서 저명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빌려보자. 우리의 먼 후손들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에너지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어떤 대안을 갖게 될까? 지면 관계상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유로파의 수중 속 생명을 탐사하는 탐사선(상상도). / Larry Niven

1959년 천문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은 아주 흥미로운 가설을 내놓았다. <과학 Science>지(誌)에 실린 불과 2쪽짜리 그의 논문 ‘적외선 방출 인공천체 탐색(Search for Artificial Stellar Source of Infrared Radiation)’은 태양이 주위로 내뿜는 복사에너지를 거의 전부 재활용할 수 있는 초거대 인공구조물(mega-structure)을 상정했다. 이것은 정중앙에 태양을 품고 지구의 공전궤도 거리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공처럼 감싸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인공구조물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실은 저마다 태양전지를 장착한 작은 단위개체들의 밀집대형 집합이다. 이 단위개체들은 제각기 공전과 자전을 하되 서로 바짝 붙어있다시피 하여 태양빛을 거의 다 가두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른바 ‘다이슨 구(球)’라고 불리는 이 인공구조물 전체의 태양 에너지 전환효율은 이론상 100%에 육박한다. 단위개체들은 자신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태양풍에 맞서 태양 돛과 이온엔진을 이용해 항상 일정 위치를 유지한다. 그 수는 개체당 평균크기를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나 학자들은 지구궤도를 공 모양으로 에워싸려면 적어도 약 1×105개 이상 필요하리라 본다. 이러한 식의 배열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벽이나 껍질이 에워싼 듯한 인상을 줄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생명윤리학자이자 ‘윤리와 미래기술연구소’ 소속의 조지 드보스키(George Dvorsky)는 이처럼 태양을 밀봉하다시피 하여 거대한 태양전지 구실을 하는 초(超)구조물을 세운다면 인류는 갈수록 줄어만 가는 지구상의 자원 탓에 더 이상 근심하지 않고 종(種)의 반영구적인 존속을 위한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으리라 주장한다.

대체 다이슨 구의 에너지 산출량이 어느 정도나 되기에 이런 꿈에 부풀 수 있을까? 이 초구조물의 반지름이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1AU)와 같다면 그 내부 표면적은 약 2.72×1017㎢로 지구 표면적의 약 6억배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다이슨 구는 약 4×1026W에 달하는 태양의 에너지 복사를 거의 다 알뜰하게 써먹을 수 있다. 한 가지 부연하면, 1960년대부터 과학소설계가 다이슨 구를 주요 배경으로 다루면서 (다이슨의 애초 개념과 달리) 마치 속이 텅 빈 한 덩어리의 단단한 호두껍질처럼 오도한 면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공의 안쪽 표면에 지구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주복 없이 맨몸으로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는 천혜의 생태환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일체형이 공학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영화 <이벤트호라이즌>은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미니 블랙홀을 상정하기도 한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반면 소행성이나 혜성의 속을 파내고 개조하여 겉에 태양전지를 잔뜩 붙이고 내부 공동(空洞)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식의 오리지널 모델은 나노공학의 발달이 가속화됨에 따라 조만간 우리가 보유한 기술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이슨 구는 햇빛을 거의 다 차단한다. 이는 멀리서 보면 가시광선 대역이 아니라 오로지 적외선으로만 검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다이슨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우주에서 이런 징후를 보이는 곳이 발견된다면 거기에 고도로 발달한 외계문명이 있으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근미래에 우리 자신이 그러한 꿈을 이루게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블랙홀을 에워싼 링처럼 생긴 반영구적인 발전소다. 미국의 물리학자 킵 S. 손(Kip S. Thorne)이 고안한 링월드(Ringworld) 모델은 작은 블랙홀 주위를 둘레 500만㎞, 두께 552㎞ 그리고 폭 4000㎞의 거대한 링이 에워싸는 구조다.(지구둘레가 4만120㎞인 것과 비교해보라.) 이 링월드는 블랙홀이 잡아당기는 힘을 상쇄하는 동시에 자체 중력을 만들어내고자 시간당 두 번 회전한다. 형태만 놓고 보면 다이슨 구의 변종인데, 중심에 태양 같은 보통 항성이 아니라 블랙홀이 자리한다는 점이 다르다.

지구궤도상의 위성에서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지구로 전송하는 기술이 묘사된 프레데릭 폴의 소설 <냉전>.
이 거대한 링 바깥쪽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며 필요한 에너지(열과 빛)는 블랙홀에서 충당한다. 이는 블랙홀 질량의 20%가 사상의 지평면-블랙홀로부터 일정한 거리 안에 들어오면 설사 빛이라도 달아날 수 없다. 이 한계선을 사상의 지평편이라 한다-바로 바깥에 소용돌이 형태의 에너지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는 우리의 태양이 평생 열과 빛으로 발산하는 총량의 1만배에 달한다. 이 에너지를 50%밖에 소화하지 못한다 해도 태양보다 5000배나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 셈이며, 주기적으로 일정량의 성간물질을 블랙홀 안으로 유입시켜준다면 인류의 수명을 고려할 때 거의 영구적인 에너지 생산시스템이나 마찬가지다.

반영구적 발전소 링월드 모델

이러한 발상이 일견 터무니없어 보일지 모르나 항성 블랙홀이 아니라 우리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아주 작은 초미니 블랙홀이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산효율이 매우 높은 동력원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스티븐 호킹에 따르면, 초미니 블랙홀들은 강력한 복사를 방출하며 급속히 질량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외부에서 계속 일정량의 물질을 유입시켜줄 수만 있다면 초미니 블랙홀을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시스템으로 써먹을 수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최근 개발된 대형강입자충돌기(LHC)로 블랙홀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활용하여 미니 블랙홀을 동력으로 삼는 우주선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먼 외계항성까지 여행할 수 있는 항행기술이 개발된다면 정말 킵 손의 구상이 실현된 블랙홀 링월드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허황되다고 코웃음 치기에 앞서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욕망이 강렬한 집단의 일원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문명을 전진하게 만드는 것은 첨단과학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바로 우리 자신의 욕망이다. 일찍이 영화학자 앙드레 바쟁은 영화가 1895년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명되기 200여년 전부터 관련기술(인화, 현상, 영사)이 개발되어 있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대중예술매체로 탄생하기까지 그리 많은 세월이 걸린 것은 그러한 기술의 조합을 돈 주고 살 소비대중이 미처 형성되지 않았던 탓이다. 즉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다이슨 구를 건설할 기술력이 조만간 확보된다 해도 수요가 없다면 그런 구상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으리라. 더 많은 활동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대안들을 찾게 될 것이고 결국 기술문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이다.

<고장원 SF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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