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 횡령·직권남용혐의 수사거리 안된다"는 게 법조계 상식

이현정,김윤진 2016. 8. 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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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청탁관련 진술 없지만 인사에 개입했다면 처벌대상일각선 "정치권력 다툼서 비롯..법 아닌 정치로 풀 사안"

◆ 레이더L / 우병우·이석수 檢수사 ◆

이석수 특별감찰관(53·사법연수원 18기)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49·19기)의 혐의는 직권남용과 가족기업 횡령·배임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감찰 내용을 기자에게 누설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로 고발됐다. 두 사람의 혐의가 무겁지는 않다는 것에 대해서 법조인들의 의견은 일치한다. 그럼에도 공세와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애초 공직사회의 청렴함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사리사욕과 정치권력을 둘러싼 다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조인들은 "정쟁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검찰도 23일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팀 구성 방침을 밝혔다. 이에 레이더L 34회는 두 사람의 혐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냉정하게 가늠해 봤다. '정치'와 '음모' 대신 '법조인들의 상식'과 '판례'에 의지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 사태를 전부 이해하긴 어렵다. 그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혐의는 수사나 재판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것들이다.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렵고 기소가 된다 해도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은 혐의들이기 때문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우 수석의 혐의에 대해 전·현직 판사들은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였다. 검찰 수사나 재판 현실과 동떨어진 혐의라는 지적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현직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이라 애초 걸림돌이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감찰이 부실하다 해서 '수사 의뢰'라는 빈약한 형식으로 검찰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 바람직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특별감찰 사태를 검찰에 넘겨버리면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은 대체로 한결같았다.

◆ '직권남용' 기소 어려워

법조인들은 우 수석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 특별감찰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권남용 혐의는 처벌은 물론이고 기소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권남용은 그 자체만으로 주된 혐의가 아니어서 통상 검찰 수사에서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했을 때, 혹은 다른 혐의에 더해 곁가지로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직권남용 혐의는 기소가 적어서 판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우 수석이 경찰인사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질 문제다. 경찰을 대표해 청와대와 사전 업무를 조율하고 치안 문제 전반을 조언하는 '치안비서관'은 민정수석실이 아닌 정무수석실 소속이기 때문이다. 치안비서관은 2010년 7월 청와대 조직 개편 당시 민정수석에서 정무수석 산하로 이관됐다. 따라서 우 수석이 지난해 의무경찰로 입대한 아들의 보직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운전병으로 바꾸도록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과거 경제수석비서관이 시중은행들에 부당대출을 압박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사례도 있지만 직접적인 직무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다르다. 법원은 기소된 경제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반면 민정수석이 국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권한을 갖고 있고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이어서 경찰 인사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정수석이 의경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사실 관계 입증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상당수의 법조인들은 "직권을 남용한 당사자의 직책, 업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강 혐의, 감찰 대상 여부 논란"

우 수석이 가족회사 '정강'의 회삿돈으로 통신비·차량비 등을 냈다는 혐의(횡령·배임)는 애초에 특별감찰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별감찰관법 2조는 감찰 대상인 비위행위에 '공금을 횡령·유용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그러나 민정수석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법인의 자금을 이 법에서 말하는 '공금'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민정수석의 공금은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대검찰청 간부는 "검찰은 수사 의뢰를 받은 이상 우 수석의 회삿돈 횡령·배임 의혹이 특별감찰 대상인 비위행위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 수석의 혐의가 특별감찰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유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 또는 개인이 주식 100%를 가진 법인일지라도 회삿돈을 경영 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 횡령·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가족회사에 대한 횡령·배임은 재판까지 가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검찰이 기소를 유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제3자인 채권자나 주주가 없고 처벌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형사 전담 부장판사는 "대개의 경우 최대한 형을 무겁게 정해도 집행유예, 가볍게는 벌금형에 그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이 정강의 대표이사나 감사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 회사 경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혐의 입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우 수석이 지분을 20% 보유한 주주지만 이사가 아니라면 횡령·배임 공모자로서 어디까지 알고 묵인했는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고위 법관은 "현재로선 우 수석의 혐의 두 가지 모두 형사처벌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이라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도 모두가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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