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 멈추면..기름값 내리고 하늘 파래진다
[경향신문] 중국에서 국제행사가 열리면 세계 유가가 떨어진다?
다음달 4~5일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G20 블루’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저우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공장 가동까지 제한했다.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항저우시와 저장(浙江)성, 상하이시 정부는 24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의 공장 가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상하이의 석탄화력발전소, 정유공장 등 250여개 업체의 공장 가동도 축소된다. 항저우에서 동쪽으로 150㎞ 떨어진 닝보시도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제지 공장을 비롯한 440여개 업체에 생산 감축이나 가동 중단 권고를 했다.
중국은 중요한 국가 행사 때마다 공장을 멈춰 스모그 없는 푸른 하늘을 선보여 왔다.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때의 ‘올림픽 블루’를 시작으로 2014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는 ‘APEC 블루’가 등장했다. 이 기간에는 베이징뿐 아니라 주변 도시의 1만4000여개 공장 가동을 멈추고 공사현장 4만곳은 작업을 미뤘다. 그러자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맑고 파란 하늘이 2주 가까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전승기념일 열병식을 앞두고도 1만6000여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세계 2위 석유소비국인 중국의 공장이 멈추면 국제유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는 이번 조치로 중국의 3분기 석유 수요가 하루 25만배럴씩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양쯔강 부근의 정유공장과 석유화학공장 가동이 제한돼 중국의 원유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IHS마킷의 해리 루는 블룸버그통신에 “이 기간 중국의 석유 정제 규모가 하루 4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산시성, 허베이성 등 북부의 소규모 광산을 폐쇄했을 때에는 석탄값이 급등했고, APEC 회의를 앞두고는 철강공장 가동을 중단시켜 국제 철광석 가격이 폭락했다. 이번에는 공장 가동 제한의 규모나 강도가 전례 없는 수준이어서, 업계가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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