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내고 이직시험-해외여행..일부 직장인들 제도 악용 논란

입력 2016. 8. 23. 03:04 수정 2016. 8. 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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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시중은행에 다니는 30대 여성 A 씨는 내년 초 대학원에 복학하기로 했다. 등록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일찍 퇴근하기가 어려워 여태껏 한 학기만 간신히 이수했기 때문이다. 임신 중인 A 씨의 계획은 올해 말 출산을 하고, 석 달간 아기를 키우다가 3월 개강에 맞춰 복학해 내후년에 졸업하는 것. A 씨가 다니는 은행은 2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수업이 있는 날은 친정어머니가 아기를 맡아 주기로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로 육아휴직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제도를 악용해 자기계발이나 이직, 해외여행에 활용하는 등 모럴해저드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로스쿨, 이직 위해 ‘육아휴직’

최근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지방자치단체의 한 9급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내고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국가가 공무원시험 비용을 지원하는 꼴”이라는 의견과 “직업 선택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주장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지난해 4월에는 육아휴직 등을 활용해 로스쿨을 다닌 경찰관 32명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무원이 대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연수를 받으면 ‘연수휴직’을 낼 수 있지만 로스쿨은 대상 기관에서 빠져 있다. 그러자 이들은 육아, 질병, 가사 등의 이유로 휴직계를 내고 로스쿨을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한 경찰관은 부모 병간호를 이유로 휴직을 신청해놓고, 실제로는 서울의 한 로스쿨 기숙사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례는 노조에서도 나타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기업노조는 올해 3월 이직을 위해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간부 B 씨를 해고했다. 이직 의도가 없었다는 B 씨 주장이 맞서면서 정직 2개월로 징계가 낮춰졌지만 양측 간 분쟁은 이어지고 있다.

19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육아휴직을 내놓고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공무원들이 잇달아 적발됐다. 기획재정부 소속 서기관은 육아휴직 중 영국에 유학을 가 휴직수당 420만 원까지 받고 감사에 적발됐다. 같은 부처 사무관 C 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해 놓고 268일간 필리핀에서 혼자 지냈고, 육아휴직 중 아이를 미국에 보내놓고 본인은 200일 넘게 국내에서 혼자 지낸 사무관도 있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통계청의 한 사무관은 자녀를 국내에 둔 채 아내와 미국에서 200일간 생활하기도 했다.

○ “육아휴직 땐 육아만” vs “자기계발도 가능” 이에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에 육아가 아닌 자기계발 등을 하다 적발될 경우 즉각 복직 명령을 내리는 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아이와 동행하지 않고 한 달 이상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 중 아르바이트 등 다른 직업을 가졌을 경우에는 육아휴직 급여를 부정 수급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생활을 일일이 다 감시할 수 없는 데다 은행원 A 씨처럼 공무원이 아닌 일반 회사의 근로자일 경우에는 명확한 부정 수급 등 범법 행위가 드러나지 않으면 정부가 특별한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일각에선 해외에 장기 체류하거나 로스쿨처럼 ‘이직’ 의도가 명확한 사례가 아니라면 대학원 수학 등의 자기계발은 육아휴직 중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스웨덴이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휴직 기간 중 대학원 수학이나 직업훈련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육아휴직 급여도 임금의 최대 80%까지 국가가 지급한다. 무급 육아휴직이 원칙이던 미국도 캘리포니아 등 유급을 도입하는 주가 늘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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