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저출산=집값 폭락? 추락한 건 일본뿐

조민영 기자 입력 2016. 8. 2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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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도 올라도.. 세계 대도시의 주택가격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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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며 한강변에 늘어선 수많은 아파트들을 보며 “저 많은 아파트 중 내 집은 없다”는 허무감을 느낀 이가 한둘일까. 매일 방송과 신문, 광고 전단지에서 전해지는 신규 아파트 분양 소식, 곳곳의 신도시 건설 현장, 서울 한복판의 재건축 현장까지 곳곳에서 새 집이 지어지고 있지만 그중 내 집은 없다.

다른 한쪽에서는 미분양을 걱정하는 소식이 들려온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주택 수요가 줄어 결국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이미 많지만 내 것은 없고, 앞으로는 더 많이 남을 것이라는데도 여전히 비싼 한국 주택시장의 아이러니다.

한국만의 현상일까. 다른 나라에선, 이미 고령화가 한창이거나 경제 발전에서 앞선 나라에선 집값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인구 줄자 집값 내린 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일본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일본 6대 도시 주택지 지가는 1990년에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해 2005년에는 고점 대비 65%나 떨어졌다. 소유한 아파트 가격이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는 폭락을 경험한 것이다.

일본 집값 폭락은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92년 69.8%로 정점을 찍은 이후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됐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버블 붕괴로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서 집값은 급격히 떨어졌다. 일본 주택 시장은 이후 회복하지 못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가 계속됐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07년을 기점으로 65% 밑으로 떨어졌고 현재 60%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요즘 일본은 빈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전역의 빈 집은 2013년 기준 820만채를 넘어섰다. 수도 도쿄에도 빈집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 전체의 30.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뉴욕은 도쿄가 부럽다?

바다 건너 미국과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주택 시장 상황은 일본과 사뭇 다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칼럼니스트 스콧 베이어는 최근 칼럼에서 “뉴욕,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미국의 가장 비싼 도시민을 위한 주택 가격 안정 정책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주위에 수많은 건설 크레인을 보지만 역시나 너무 비싸다는 점만 확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 공급이 미국 대도시의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 도쿄의 주택 정책을 언급했다. 도쿄는 80년대만 해도 인구 폭발과 부동산 폭등을 경험했지만 2000년대 이후 주택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가격이 안정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비싼 집값이 문제인 미국 대도시 입장에서는 일본의 주택 가격 폭락이 부럽다는 얘기다.

실제 KB금융지주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주요국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주택 가격이 여전히 오르는 중이다. 미국도 경제 성장에 따른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있지만 오랜 기간 이민자를 받아들인 영향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아직 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영국도 최근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역시 이민자 유입 등의 영향이 있지만 토지이용 규제가 강해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해지고, 해외 투기 자본이 유입된 영향 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이탈리아, 예외도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도 생산가능인구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하락한 이후 더 떨어지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KB금융지주연구소 손은경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 영향과 가구원 분화로 가구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주택 공급은 부족했던 점 등이 다양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스페인은 일본처럼 주택 가격도 하락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는 평가다.

인구 추이와 주택 가격이 거의 무관한 국가도 있다. 이탈리아는 9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때는 집값이 오히려 올랐다. 반면 2000년대 후반에는 인구가 늘었지만 금융위기 탓에 집값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독일은 정부 정책이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90년 통일 이후 동독의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 급등했던 때 외에 주택 가격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인구 구조에 변화가 있어도 정부가 효과적인 정책으로 관리할 경우 집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독일은 아파트 분양을 건설 이후에 하는 후분양제와 활발한 민간 임대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독일은 정부 정책 방향 자체가 자가 소유를 권장하지 않는 탓에 자가 주택 보유율이 53.3%에 불과하다. 주택이 투자 대상이 되지 않으면 주택 가격은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 가격에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국제 경제 상황과 정부의 주택 정책 등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구밀도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고령화 속도 등이 한국과 가장 비슷한 국가로는 대만이 꼽힌다. 대만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해 현재 2009년 대비 83%나 높아졌다. 한국의 같은 기간 상승률 32%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여기에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대만과 중국의 관계 개선이 더해지면서 중국 투자자본이 빠르게 유입됐다.

손 연구원은 “일본의 인구 구조 변화와 주택 가격 하락 추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현재까지 생산가능인구가 뚜렷한 감소를 보인 국가도 일본이 유일하다”면서 “중장기 주택 시장 변화는 국가의 주택 정책과 공급, 투자 수요 등을 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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