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2월부터 '레짐 체인지' 언급.."北 내부동요 현실화됐다" 판단

남기현,김성훈 2016. 8.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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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면적인 대북 압박·유엔 제재 시너지 효과"엘리트층조차 무너진다" "심각한 균열" 직설적 표현강력한 안보태세 주문..우병우 등 현안은 언급 안해

朴대통령, 을지 NSC·국무회의 잇단 주재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재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을지 국무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면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과 성주 내 제3지역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북한 김정은 정권의 체제 동요 조짐을 적나라하게 짚어가며 물샐틈없는 안보태세를 강조했다. 안보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예민한 정국 현안을 거론하는 것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만 가져올 뿐,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게다가 우 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자칫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가이드라인'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해석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강력하게 북한 체제 붕괴 가능성을 거론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엘리트층조차 무너진다' '심각한 균열 조짐' 같은 직설적 표현을 동원해 북한 내부 동요를 지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잇달아 감행한 직후부터 북한 체제 변화(레짐 체인지)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며 "그런 압박들이 북한 고위 당국자의 탈북 등 체제 동요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박 대통령이 정확히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변화'를 처음 언급한 것은 올해 2월 국회에서 행한 대국민 연설 때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으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각종 회의 모두발언과 연설을 통해 북한 정권을 정면으로 겨눠 직격탄을 날려 왔으며, 북한 정권과 별개로 당 간부와 주민들을 향해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통일은 여러분 모두(북한 당국 간부와 주민들)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전면적인 대북 압박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결국 북한 음식점 종업원 집단탈북과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등 심각한 내부 동요로 이어졌다는 것이 박 대통령 생각이라고 청와대 한 참모는 전했다.

실제로 정부는 북한 내부와 해외에 있는 주요 간부와 무역일꾼 등 엘리트 계층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후 '공포정치' 속에서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엘리트 탈북민의 경우 (평양으로 보내는) 상납금 부담이 가중되고 김정은의 공포통치 및 핵·경제 병진노선 등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 탈북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개시에 발맞춰 NSC와 국무회의를 연이어 소집하고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강조한 것도 북한의 체제 동요와 무관치 않다. 추가적인 탈북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북한 정권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고, 때마침 이날 시작된 UFG 연습을 도발의 구실로 삼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선제 타격 위협이 단순 협박이 아닌 실질적 위협이라는 판단도 이날 강력한 대북 메시지가 나오게 된 주요 배경이란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고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지난달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리 항구와 비행장을 선제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북한의 핵 개발과 각종 도발 위협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유사시 우리 영토와 국민들을 타격함으로써 실제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강력한 안보의식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작은 균열이나 방심에도 무너지는 것이 국방이다. 이번 을지연습은 엄중한 안보 상황하에 우리의 대비 태세를 점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며 "북한의 국지 도발과 전면전 위협에 대비해 민관군 전시 임무 수행 체계를 확고히 하고, 전시에 적용할 각종 계획과 시설, 전시 물자 등에 대해서도 확인·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기현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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