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그랜드슬램' 박인비에게 국내 후원사가 없었던 이유

2016. 8. 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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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프 한국 대표 박인비 선수가 우리나라 마지막 금메달을 안겨주면서 2016년 리우 올림픽은 막을 내렸습니다.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으로 대회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부상에도 불구하고 격이 다른 정교한 퍼팅을 선보이며 세계 최초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과 메이저 대회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박 선수는 2008년 LPGA 데뷔 첫해 메이저 대회 US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박인비의 실력을 눈여겨본 한 기업이 박 선수와 스폰서쉽을 체결했지만, 박 선수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자 계약은 2년 뒤 해지됐습니다.

절치부심한 박인비 선수는 2012년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에비앙 마스터스 등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박 선수는 그 해 상금왕까지 거머쥐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지만, 국내 스폰서 업체들은 여전히 박 선수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박 선수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던 2013년, 한 스포츠마케팅팀 임원은 외모가 뛰어난 골프 선수를 눈여겨보고 곧바로 '후원 계약을 맺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 해당 그룹은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던 선수와 그룹과 연간 4억 원의 파격적인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한 박인비에게는 여전히 국내 스폰서가 붙지 않았습니다.

박인비의 골프 모자에는 국내 기업 대신 용품을 제공해준 일본 골프 업체 스릭슨(SRIXSON)의 로고가 새겨졌습니다. 다른 일본 기업들 역시 박인비 선수의 실력에 반해 후원계약을 체결하려 했지만, 되려 국내 업체들은 박 선수의 외모와 기업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 체결을 주저한 것입니다.

다행히 그 뒤에도 박 선수가 고른 활약을 이어가자, KB 금융은 2013년 5월 박 선수와 메인 스폰서십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박 선수의 명성과 가치에 비하면 너무나 뒤늦은 계약 체결이라는 평가입니다.

스포츠 선수가 실력보다 '이미지'로 소비되는 우리나라의 외모 지상주의는 우리나라 자본의 논리와 비틀린 사회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인비 선수는 국내 기업과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세계 최정상의 위치를 유지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박인비 선수. 박 선수가 손가락 부상을 딛고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YTN PLUS 정윤주 모바일 PD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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