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천우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 "진상규명 궤도 오르자 '활동 종료' 통보..자괴감"

글·사진 노도현 기자 2016. 8. 2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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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윤천우 조사2과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 6월8일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윤천우 조사2과장(42)은 서울중앙지검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자료를 요구하는 실지조사 통지서가 들려 있었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무 집행 중인 조사관을 일반 시민의 민원을 접수하는 민원인실로 안내했다. 검찰은 또 중앙지검이 세월호와 관련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했다. 윤 과장은 분노했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특조위가 가진 권한의 한계가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 과장을 만났다. 그는 전날부터 이틀간 특조위 조사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릴레이 단식농성 중이었다. 조사를 해야 할 시기에 단식농성을 하는 소감을 물었다.

윤 과장은 연신 “그저 안타깝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조위 조사활동이 공식 종료된) 6월30일 이후 조사 대상자 격인 해경, 해양수산부, 해군, 기타 기관에서 조사활동에 전혀 협조를 안 해주고 있다. 실질적으로 조사가 진척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과장은 지난해 7월27일부터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회 소속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공석인 진상규명국장, 자리만 지키고 있는 조사1과장(파견직 공무원) 업무까지 그동안 1인3역을 해왔다. 그는 특조위에 합류한 계기에 대해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많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드러난 사실 이상의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결코 평범하게 살진 않았다. 윤 과장은 특조위에 합류하기 전까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재심 등 과거사 재심 관련 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과거사 재심의 경우 변호사는 이미 과거사위원회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내려진 결정을 법리적으로 재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다보니 이전 단계에서 직접 조사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세월호 참사는 진보와 보수로 나뉠 수 없는 ‘어떠한 정치색도 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윤 과장은 “특조위에 들어와 조사활동을 하다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정치지형 속에 있구나’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윤 과장은 특조위가 구성되기 전인 2015년 1월1일(특별법 시행일)을 활동 시작일로 보고 지난 6월30일 특조위 조사활동 종료를 선언한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조사가 궤도에 오를 무렵에 정부는 납득할 수 없는 해석을 갖고 특조위 활동이 종료됐다고 몰고가고 있다. 특조위의 요구는 법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법조인 대다수가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 직원들은 두 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 또한 활동 종료를 이유로 재직증명서조차 발급받지 못하는 처지다. 가장 큰 고통은 진상규명의 중단이다.

윤 과장은 “내부적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1년 정도 지나니까 가시적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사람의 기억은 점점 퇴보하고 증거 소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진상규명과는 조금씩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오는 9월1일 3차 청문회를 개최한다. 해경의 TRS(주파수공용통신) 녹취록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윤 과장은 “특조위가 소환한 정부쪽 참고인과 증인들이 특조위 활동 종료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상황이 예상된다”며 “3차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 조사2과에 남은 10명의 조사관들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윤 과장은 “특조위가 유지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진상규명을 이어가야 한다는 공감대”라고 말했다.

<글·사진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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