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뒤집기' 한 판, 이번에도 통할까

입력 2016. 8. 21. 21:06 수정 2016. 8. 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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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 댓글 사건땐 ‘여직원 감금’
‘NLL 포기’ 논란 땐 ‘사초 폐기’ 몰아
검찰총장, 국정원 선거개입 기소땐
‘혼외자 사생활 의혹’ 논란으로 비화
궁지 몰릴 때마다 ‘물타기 전략’ 일관
정윤회 문건 때도 ‘국기문란’ 판엎기
‘우병우 구하기’ 총력전 효과 미지수

청와대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수사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오히려 문제 삼고 나서면서, ‘본말전도’라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 우병우 수석의 아들 병역보직 특혜 의혹(직권남용)과 가족회사 ㈜정강의 ‘생활비 떠넘기기’ 의혹(횡령)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이를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 감찰관이 ‘기밀을 누설했다’고 정면 겨냥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처럼 ‘달 대신 손가락을 가리키는’ 전략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스캔들’에 직면할 때마다 주효하게 사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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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캠프 관계자들이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오피스텔을 찾아 35시간 동안 김씨와 대치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확산되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떻게 한 여성을 가둬놓고 부모님도 못 만나게 하고 밥도 물도 끊어버리는지 정말 참담하다”, “이 나라 공당이 젊은 한 여성을 집단 테러한 것으로, 심각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야당의 여성인권 침해’ 사건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검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와 대치한 이종걸 의원과 당직자 등을 감금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올해 7월 법원은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가 (댓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스스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대통령의 주장이 국면전환용 ‘물타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박 대통령은 정권의 ‘정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2013년 6월 국정원·서울지방경찰청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같은 해 9월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박 대통령은 “사생활과 관련된 도덕성 의혹이 제기되면 스스로 해명하고 그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고 채 총장을 겨냥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혼외 아들로 지목된 어린이의 인적사항 열람에 개입한 것이 드러나는 등 ‘청와대 개입설’도 함께 제기됐다. 이렇게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은 ‘채동욱 사생활 문제’로 비화됐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 총장은 결국 사퇴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삭제 논란 역시 ‘본말전도’의 사례로 꼽힌다. 2012년 대선 당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색깔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대화록에는 ‘포기’ 발언이 없었고,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역시 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엔엘엘 준수 지침’을 확인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대화록의 초본이 수정·폐기된 것을 문제삼아 ‘사초 폐기’ 논란으로 몰아갔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어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대통령기록물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최종 완성본이 아닌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이번 청와대의 ‘우병우 감싸기, 이석수 죽이기’ 논란은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의 흐름과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11월 ‘비선 실세’인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사퇴를 공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이 노출됐다. 하지만 사건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핵심과는 달리 ‘문건 유출’ 논란으로 흘러갔다. 당시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나라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 “문건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 등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문건 유출을 ‘지휘’했다는 조 비서관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청와대는 이번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을 ‘정권 흔들기’로 규정해 총력태세에 나선 상태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향해 “(기밀 누설 등) 현행법을 위반한 중대사안”이라며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임기를 1년6개월 남긴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물타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총선 참패에서 확인된 민심 이반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 등을 볼 때, 오히려 청와대의 ‘물타기’ 전략이 임기 말 권력누수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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