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메달 색깔보다 땀의 무게에 박수
◆ 리우올림픽 ◆
두 번째 올림픽에 도전한 손연재(22·연세대)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볼·후프·리본·곤봉 4종목 합계 72.898점으로 4위에 그쳤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무대에서 노메달에 그친 뒤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지만 국민은 오히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록 기대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으나 리듬체조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올림픽 메달을 바라볼 만한 선수가 나온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는 반응이다.
경기를 시청한 누리꾼들은 "정말 수고 많았고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일이니까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4위라도 한국을 넘어 아시아인으로서 역대급 위업이 아니냐"며 "러시아와 동유럽이 독식하고 있는 리듬체조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 자체가 감동적"이라고 했다.
손연재는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 어떤 금메달보다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가 끝나고도 사실 결과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저 진심을 다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경기를 끝냈다는 사실에, 또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들을 다 보여줬단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은 저 혼자만의 올림픽이 아니라 저와 함께해준 모든 분들의 올림픽이었던 것 같아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라며 행복감을 전했다.
특히 그가 "인생을 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또 하나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바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며 "스포츠를 떠나 각 분야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도 많이 겪는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될 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련을 갖고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힘든 감정을 한 번 억누르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세가 더 멋지다"고 찬사를 보냈다. 대학생인 강세현 씨(25)는 "이대훈 선수를 보며 결과와 무관하게 스포츠 정신이 주는 감동이 있음을 깨달았고, 이대훈 선수가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레슬링에서는 김현우(28·삼성생명)가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낸 것에 대해서도 국민은 그 어떤 메달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김현우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 16강전에서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에게 5대7로 아쉽게 패했다.
경기 종료 3초를 남겨 놓고 3대6으로 뒤진 상황에서 4점짜리 가로들기 기술을 성공시켰지만 2점밖에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게 패했다. 비디오 판독 이후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도리어 판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벌점 1점을 받으며 고개를 떨궜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만한 상황에서도 김현우는 패자부활전에서 팔이 빠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보소 스타르세비치(크로아티아)를 제압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억울함과 기쁨이 섞인 눈물을 흘리며 태극기를 펴고 절하는 김현우의 세리머니는 금메달 못지않은 감동을 줬다.
경기를 지켜본 누리꾼들은 "억울한 판정에도 부상한 몸으로 기꺼이 메달을 따내는 모습에서 대단한 정신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메달 색깔이나 여부를 떠나 악조건 속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실력과 투혼만큼은 이미 금메달"이라며 팔이 탈골된 상태에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정신력에 찬사를 보냈다.
21개의 메달을 따낸 선수단은 메달 수로는 총 33개의 메달을 수확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최저 기록을 냈다. 하지만 국민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스포츠 정신을 되새기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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