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보다 4배 많은 서비스업 규제..내수 발목 잡는다

김기철,손일선,이상덕,최승진,부장원 2016. 8.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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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韓원격진료..美 모바일로 진단차세대인증서비스 방통위서 승인 보류"현장서 체감할 수 있게 규제 풀어야"

◆ 서비스산업 점프업 ① / 여전히 뛰어넘기 힘든 규제장벽 ◆

올해 6월 핀테크 업체 한국NFC는 '카드 터치 본인 확인 서비스'를 개발했다.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뒤에 대고 비밀번호 앞 2자리만 입력하면 본인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쇼핑몰 등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로그인할 때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하고 잊어버렸을 때 번거로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 서비스는 이런 과정을 생략해준다. 하지만 한국NFC는 최근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서비스 승인을 받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반려당했기 때문이다.

한국NFC는 방통위에서 본인확인 기관으로 승인받은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제휴를 맺은 상태였다.

그러나 방통위는 "KCB에 대해서는 아이핀 서비스에 대해 승인한 것이지 신용카드 본인 인증에 대해서는 허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국무조정실이 이중 규제가 맞는다며 방통위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방통위는 9개 신용카드사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통위의 본인확인 인증기관으로 심의받을 경우에만 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매년 보안 점검 등 심의를 받아야 할 카드사들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NFC 사례처럼 서비스업에 대한 과잉 규제 때문에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보험업 세부 업종은 총 37개로, 이 중 91.8%에 진입 규제가 존재했다. 도매·소매업 세부 업종 169개 가운데 진입 규제가 존재하는 업종도 48%나 된다. 규제 수준은 곧 신규 일자리 창출 여부로 이어진다. 특히 '순일자리창출률'을 살펴보면 서비스업종 대기업의 경우 진입 규제가 없을 때는 8.7%에 달했지만 규제가 있을 때는 3.3%에 그쳤다.

순일자리창출률이란 사업 확장이나 창업으로 일자리가 새로 늘어난 비율인 일자리창출률에서 사업 축소나 폐업에 따라 기존 일자리가 없어진 비율인 일자리소멸률을 뺀 것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서비스업 과잉 규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OECD는 올해 한국경제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규제비용 총량제 도입과 규제 네거티브 전환을 통해 서비스 분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특히 OECD는 서비스 부문 규제 총량이 제조업보다 4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업 규제가 풀리면 경제성장률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경제성장률 2.6%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3%포인트에 그쳤지만 서비스업은 1.5%포인트에 달했다. 서비스업이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지만 한계에 부딪힌 이유는 규제로 인해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지 않은 데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1.9달러로, 회원국 평균 49달러를 밑돌았다. 특히 서비스업 생산성은 OECD 평균이 제조업 대비 90%에 달했지만 한국은 45%에 불과했다.

원격의료가 대표적이다. 의사와 환자 간 원력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와 함께 폐기됐다가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됐다. 헛바퀴만 돌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스카이프나 페이스타임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의사의 실시간 진료와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축농증 환자가 PC나 앱을 이용해 증상을 설명하면 의사가 진료와 처방을 해주고 약국에서 항생제를 처방하는 식이다.

지난해 원격의료를 허용한 일본은 올해 5월에는 국가 전략특구 개정법을 통해 국가 전략특구 내에서 처방약에 대한 원격 복약지도도 가능하도록 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규제 한 건 한 건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규제개혁과 창조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푸드트럭'이 한 사례다. 푸드트럭은 2014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거론되며 관심을 모았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주문에 따라 관련 부처가 신속히 법을 개정하며 푸드트럭 1호가 나타났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일부 지역에서만 영업해야 하는 등 비상식적인 규제 때문에 결국 6개월 만에 폐업하기도 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규제 당사자인 기업과 정부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며 "규제심판원(가칭) 같은 전문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성장동력실장은 지자체 간에 공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광업의 경우 학교 주변 호텔 설립을 제한하고 있고, 유해시설이 없는 특급호텔도 일괄 금지 대상"이라면서 "또 지자체들은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경사도가 20~25도 미만인 토지에 대해서만 숙박시설을 허용하는 등 별도 규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기철 기자 / 손일선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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