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이맘 "해변서 수녀복은 괜찮고, 부르키니는 안되나?"
페이스북에 해변 방문한 수녀들 사진 올려 논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무슬림 여성을 위한 수영복인 부르키니 금지를 둘러싸고 유럽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한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수녀복 차림으로 해변에서 물장구를 치는 수녀들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림으로써 논란에 가세했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피렌체에서 활동하는 이맘 이체딘 엘치르는 최근 가톨릭 수녀들이 수녀복 차림으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잇따른 테러 여파로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프랑스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장소에서 종교색을 드러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해변에서의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것을 비꼬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사진은 게재 직후 2천 명 이상이 공유하고, 수백 명이공감을 표현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엘치르 이맘의 계정은 해당 사진을 올린 뒤 수 시간 만에 차단됐고, 그는 계정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페이스북 측에 신분증을제출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치르 이맘은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진 때문에 계정이 정지된 게 아니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부르키니는 최근 몇 년 동안 무슬림 여성들 사이에 유행된 수영복"이라며 "미국 같은 곳에서는 무슬림뿐 아니라 일반 여성들도부르키니를 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서 일부 지자체 수장들과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정치·경제적 요구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무슬림 복장에 집착하고있어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엘치르 이맘의 페이스북 계정의 댓글에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이 어떤 옷을 입을지를 결정할 자유가 있다"며 부르키니를 옹호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맘이 부르키니 논란을 환기할 목적으로 수녀들의 사진을 올린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종교적 지시에 따라 착용하는 수녀복과 평신도의 복장인 부르키니는 전혀 다른 성격의 옷"이라며 "서로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댓글 중에는 "부르키니 덕분에 올 여름 휴가 때 이야기할 주제가 생겼다. 부르키니가 아니었으면 도로에 파인 구멍 이야기나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이탈리아인의 농담도 눈에 띄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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