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성희롱과 포르노가 가득찬 시대, 성교육의 해답은 이것

박은하 기자 2016. 8. 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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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자애들이 가슴 큰 여자애들 보고 ‘맛있겠다’고 해요.”, “우리가 사과야? 따 먹게.”

2014년 3월 경기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보건교사 ㄱ씨는 보건실을 찾은 여학생들과 대화하면서 깜짝 놀랐다. 학생들은 친구의 사소한 잘못을 일러바치는 투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듣는 ‘맛있겠다’, ‘따 먹는다’ 정도의 표현은 워낙 일상적으로 듣는 말이라 짜증은 나지만 성희롱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ㄱ교사가 경험한 ‘중학생들의 세계’는 시작에 불과했다. 성을 터부시하는 문화는 거의 없었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남학생들은 무감각한 정도가 더 심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포르노 영상을 수시로 주고받고 각종 성적 은어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휴대전화에 300개 넘는 영상을 가진 학생은 영웅이었다. 여학생들도 성적 대화를 주고받는 데 익숙했다.
보건이나 가정교과서에는 월경주기, 체외사정, 콘돔 등을 사용한 다양한 피임법을 소개하고 있다. 피임은 ‘생명존중’의 방편으로 소개됐다. “남녀가 잘 지내려면 속궁합이 좋아야 하니까 섹스를 많이 해 봐야 된대요.” 학생들의 섹스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임신만 안 하면 되는 거죠?” ㄱ교사는 어지러웠다. 보건교과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어떻게 아이가 만들어지는지 서술하는 데 그치는 ‘생물학’ 수준보다는 더 나아갔지만, “맛있겠다”는 표현을 다룰 틈은 없었다. 섹스테크닉을 연마하는 것이 좋은 이성친구가 되는 필수 혹은 유일한 조건으로 알고 있었다. 논란이 된 대학가 단체채팅방 성희롱은 중학생 때부터 학습되고 있었다. 박 교사는 “성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물론, 피임 중심의 성교육에도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2001년 가수 박진영씨의 “섹스는 게임이다”라는 말이 파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청소년들 커뮤니티에서도 ‘섹스’를 공개적으로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성적 이미지가 범람하는데, 성평등 인식의 성(性) 외 교양이 부족함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바뀐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교육의 부재가 있다고 지적한다.

2014년 경기 지역 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성교육 시간에 제출한 답변이다.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볼 수 있다. 여학생은 섹스와 사랑을 연결시키는 경향이 강한 반면, 남학생이 제출한 답변은 쾌락과 관련된 답변이 많았다. 첫 경험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 여학생들은 ‘사랑하는 남자’, ‘로맨틱한 분위기’ 등을 제출했다면, 남학생들은 ‘여자’, ‘콘돔’과 같은 대답이 많았다. 남녀 학생모두 피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교육 시간의 답변인 만큼 평소 말 못했던 부분들을 솔직하게 표현한 측면도 있다.
대학가 단톡방 성폭력, 알고보면 뿌리 깊은 유래

지난달 11일 서울대 학내 교정에는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인문대 단톡방(단체카톡방) 성폭력 사건 피해자대책위원회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가 게시한 이 대자보에는 동기 남학생 8명이 한 학기 동안 나눈 대화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여성 동기들의 외모나 옷차림을 품평하며 “먹어라”, “박고 싶다”, “봉씌먹각”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봉씌먹’이란 상대방이 얼굴이 못생겨서 봉지를 씌우고 성관계만 한다는 뜻으로 성관계 혹은 성폭행 대상의 외모를 조롱하는 말이었다. 누군가 클럽이나 모텔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 “몸캠 보내봐라” 등의 주문이 올라왔다. 지난 2일 고려대 사회학과 남학생들이 ‘고추밭’이라는 비밀 페이스북을 만들어 음란물을 공유하고 여성 동기나 선후배들을 품평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성 상품화나 품평은 비밀채팅방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 4월 연세대에서는 아이돌 여가수 설현과 수지의 실물 크기 입간판을 세워 담배꽁초로 투표하도록 캠페인이 벌어졌다가 ‘성 상품화’ 비판을 받고 설치물을 철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양강좌인 사회공헌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캠페인이었다. 입간판을 설치한 학생들은 “흡연 장소를 비흡연자가 많이 다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유도해보겠다는 생각에 급급해 민감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 3월 목원대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신입생들이 “오빠 7·4(질내사정을 뜻하는 은어)는 안 돼요”라는 문구를 들고 공연했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성적인 농담과 이미지는 ‘쿨한 것’, ‘멋진 것’으로 인식되다가 여론의 장으로 가면 뭇매를 맞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1일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한 학생이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읽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각종 논란은 ‘요즘 젊은이들’이 특별히 더 무감각하고 인권의식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일까.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장(41)은 한국의 성문화에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한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한 것은 미디어 환경이다. ‘영상매체의 시대’와 ‘초연결 사회’가 빠르게 결합했다. “한국은 유례없이 초고속 인터넷이 곳곳에 빠르게 설치된 나라입니다. 원래 새로운 매체가 개발되면 포르노부터 확산되고, 포르노가 해당 매체의 발전을 이끈다고도 합니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나 모바일 데이터통신 기술은 물론 구텐베르크 시대에도 인쇄술을 활용해 제일 먼저 불티나게 나간 것이 포르노였어요.”

1998년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막 깔리기 시작한 무렵에 터진 ‘O양 비디오 사건’은 단적인 예다. 여성 연예인의 사생활이 담긴 이 영상은 원래 비디오로 제작됐다가 누군가 파일을 디지털로 변환해 유포하면서 크게 확산됐다. 이 소장은 ‘O양 비디오’를 보기 위해 공대생이 아닌 남자 대학생들도 컴퓨터 언어를 배우려고 전공서적을 팠던 시기로 기억했다. 비디오의 주인공은 사생활이 노출된 피해자이지만 사회적 지탄을 받고 연예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다른 연예인의 사생활 비디오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피해 연예인이 지탄받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성관계 영상을 본다는 행위에 대한 비판까지는 거의 나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소라넷 이전에도 한국에서는 ‘사제 포르노’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거의 없었다. 건강한 성 담론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술적 변화가 닥쳐오자 ‘성 엄숙주의’ 사회는 ‘성 정글 사회’가 됐다. 이 소장은 “가수 박진영씨가 발언한 ‘섹스는 게임’이라는 쾌락주의적 담론 외 평등, 생명 등과 연관된 성 담론이 자리를 잡을 틈도 없이 인터넷을 타고 성적 이미지가 빠르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성 담론의 부재’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포르노와 성 지식은 현재 성문화의 기저를 차지하고 있다. 초등교사 김선희씨(31)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알아야 할 것들은 모르고 잘못된 것들은 편향적으로 선택해 아는 현상이 뒤섞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남자 초등학생들은 생리대 광고만 보고 생리혈이 파랗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의 성욕은 원래 참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포르노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 ‘네가 본 포르노는 진짜가 아니다. 동의 없이 촬영되고 연출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부터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에 지배되는 사람들은 10대뿐 아니다. 양모씨(30)는 “남녀가 만나면 성관계 말고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끼리 만나도 여자랑 잔 얘기 없이는 놀 줄 모른다. 그러다보니 카카오톡 붙잡고 포르노 공유하고, 더 자극적인 영상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포르노 천국과 초연결사회, 미디어 리터러시와 인권을 가르쳐라
2015년 발매된 싸이의 뮤직비디오

이광호 소장은 변화된 가치관과 매체 환경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성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식별력)’를 추가하는 것을 꼽았다. “포르노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지금 시대의 특징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광폭으로 퍼진다는 점과 최소한의 죄의식 없이 유통된다는 점입니다. 가령 사생활이 유출된 사제 포르노는 대중매체를 통해 ‘야동’이란 귀여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나오는 ‘야동순재’처럼요. 심야 토크쇼에서 걸그룹 멤버들이 동영상을 보며 춤 동작을 공부한다고도 하구요. 대중매체를 통해 면죄부를 얻은 포르노 문화가 다시 카톡방으로 침투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이 소장은 “이미지의 범람은 피할 수 없고 금지하는 것은 대답이 아니다. 대신에 어렸을 때부터 매체의 특성을 깨닫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법을 훈련하는 방법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피임이나 성관계에 관한 실용적 지식을 배우기에 앞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훈련해야 무분별한 포르노 유통이나 카톡방 성희롱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건교사 ㄱ씨는 지난해 학내 성교육의 일환으로 싸이의 뮤직비디오 ‘젠틀맨’ 분석을 학생들에게 맡겼다. 이전 싸이의 히트작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매스미디어들이 온통 찬사만 날릴 무렵이었다. 평소 즐겁게 말춤을 추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던 학생들은 수업에서 포르노의 이미지를 잡아냈다. “이 장면은 뒤치기(성관계 중 후배위 자세를 이르는 은어)네요.” “귀갑묶기예요.” “오뎅 먹는 장면은 오럴섹스네요.” 학생들은 박 교사가 놀랄 정도로 포르노의 이미지를 잡아냈고, 포르노에 사용되는 은어들을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포르노를 많이 봤으면’ 하고 놀랄 수도 있었지만 ㄱ교사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별 생각 없이 보던 뮤직비디오를 진지하게 분석하면서 보기 시작하니까 포르노의 이미지를 알면서 거리감을 두고, 뮤직비디오 내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는 “여성을 성희롱하면서 여성이 즐거워하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여성에 대한 비하 같다”는 내용 등도 적혀 있었다. ㄱ교사는 “자신이 미디어를 통해 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끄집어내게 한 다음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혹은 옳은 것인지 토론시키는 방식으로 교육을 시키는데,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성교육의 궁극적 목표로 인간관계에서 존중과 배려의 가치를 배우는 것이 제시된다. 학교 성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김선희 교사는 “초등학생은 성교육한다고 하면 눈이 반짝반짝한다. 보건소 프로그램으로 주머니에 10㎏짜리 물체를 집어넣고 임신부 체험을 하며 책임과 생명의 문제에 대해 배우게 했는데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문제는 중학생만 가도 성교육에 개입하기 굉장히 힘들어진다. 카톡방 등 자신들만의 공동체가 공고한 데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대로 배워오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ㄱ교사는 제자와 나눈 대화를 보여줬다. 뜻하지 않게 임신한 친구를 걱정하는 글이었다. ㄱ교사는 “한국은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일상에서 성은 성 담론 중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형태인 포르노문화가 지배적으로 거리낌없이 유통되고 있다”며 “성교육의 전제를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ㄱ교사는 “생명 자체에 대한 강조 없이 피임 지식에 대한 교육만 하면 자칫‘피임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피임이 실패했을 때의 일이나 성관계가 근본적으로 생명과 유관하다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며 “책임, 배려, 생명, 인권 등의 가치를 우선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적했다.

[미니인터뷰]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장 “섹스가 게임? 상대방은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인식해야”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장이 8월 18일 경기 의왕시 연구소 사무실에서 성교육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광호 사랑과 책임 연구소장은 ‘베데딕도’라는 세례명이 있는 가톨릭 신자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9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첫 학기 유독 지각과 결석이 잦은 학생이 있었다. 개별 면담을 했다가 충격을 받았다. 임신중절 수술을 받아 건강상의 이유로 수업에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학기마다 비슷한 학생들이 나타났다.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무지와 그 결과로 인한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 소장은 국어학자의 길을 중단하고 2011년 ‘사랑과 책임 연구소’를 설립해 교사연수, 성교육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걸그룹 교복광고 문제를 제기했다. 가톨릭 관점에 따른 일부 견해는 논쟁적이다. 다음은 1문1답

성과 관련해 미디어 리터러시(식별력)를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강의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이상적인 첫키스’를 적어내라고 하면 신기할 정도로 답이 비슷하다. 여학생들은 눈이나 비 내리는 날 가로등 아래서, 남학생들은 골목길이나 차 안에서의 키스를 낭만적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 토론해보면 결국 어릴 적부터 각자가 봤던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이미지들과 깊이 관련돼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애와 결혼, 섹스에 대해서 미디어는 우리 삶에 굉장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이 곧 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매체의 선정적인 장면을 우려하는 것인가.
“중요한 것은 메시지다.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이 김태희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태희는 처음에는 이병헌의 뺨을 때리면서 거부하지만, 이병헌이 재차 키스를 밀어붙이니 무장해제된다. 나중에는 수줍어하며 순종적이 된다. 이것이 포르노의 서사다. 성행위를 가져오지 않았을 뿐 ‘반항하던 여성이 결국은 받아들이고 희열을 느낀다’는 서사이며, 이 줄거리는 몰래카메라 형태로 유통되는 사제 포르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교복광고 등에는 ‘영업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로 둔갑해 옹호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검열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비판적 시선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저 줄거리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우리의 사랑에 전범으로 삼을 만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휴대폰으로 찍고 유통하는 사제 포르노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강연 후기에서 털어놓는 말을 보면 그들의 성관계에는 때리고, 욕하고, 얼굴에 사정하는 것이 높은 확률로 포함된다. 사제 포르노의 영향이다. 그 포르노에는 울면서 ‘나는 00의 애인입니다’라는 말이 포함된다. 여성을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관점이다. 성관계 동영상을 어떤 심리에서 찍는 것인지, 찍으면서 요구받는 것이 어떤 심리에서 나오는 것인지, 동영상의 존재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면밀하게 알아야 한다. 성교육에서 생명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임신뿐 아니라 관계 상대방은 전리품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
낙태와 피임, 혼전 및 혼외 성관계에 비판적이다.
“가톨릭 신자로서 생명, 책임, 인격, 절제, 정결(순결)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교회 외에서 활동할 때는 생명, 책임, 인격 세 가지까지만 다룬다. 교인이 아니라도 동의할 수 있는 가치라 여기기 때문이다. 순결교육을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피임 위주 교육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워낙 일찍 포르노에 노출돼 초등학생들도 사제 포르노의 서사구조에 익숙하고 74(질내사정), 24(구강사정) 등의 말을 달고 다닌다. 이 상황에서 피임교육은 피임만 잘하면 성관계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오해에 일조한다. 성적 기술이 뛰어나면 사랑이 완성된다는 오해도 만연하다. 성을 처음 접하는 단계에서는 쾌락과 관련한 테크닉보다 성은 생명과 직결된다는 논리와 상대의 인격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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