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기억교실' 858일만의 이전

2016. 8. 2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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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추모시설 조성 전까지 안산교육청 별관 보존
유가족들, 유품 이전보며 눈물 흘리고 오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에 대한 이전 작업이 진행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 2-2반에 미수습자 허다윤 학생의 책상만이 남아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억교실이 이전하던 20일 오후 단원고 2학년5반 교실에서 한 어머니가 자녀의 유품 상자 앞에서 끝내 주저 앉은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내 딸, 내 아들이어서 고맙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존치교실)’의 임시 이전 작업이 20일 낮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꼭 858일 만이다. 세월호 참사 후 자녀들의 흔적이 오롯이 담겨있던 교실까지 내주어야 하는 유가족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곳곳에서 오열했다.

20일 낮 단원고 2학년 1반 학생들의 유품이 담긴 박스들이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시민 등의 손에 의해 단원고 1층 로비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희생 교사들과 학생들의 유품들이 옮겨지는 동안 각 반에서는 유가족들이 자녀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뿌렸다.

2학년 5반 교실에서 김건우 학생의 유족은 유품을 손에 껴안은 채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말 없이 닦아 냈다. 교실 뒤편에서 자식의 유품 상자를 손으로 쓰다듬던 한 어머니는 끝내 주저앉아 벽에 기댄 채 “끅~”하며 깊은 피울움을 토해냈다. 언론사들의 취재가 이어지자 유가족들은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며 교실 문을 닫았다.

교실에서 포장된 유품들이 차곡차곡 1층 로비로 옮겨지자 천도교와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국내 종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종교 의례가 열렸다. 이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자책과 유가족과 희생 학생들에 대한 위로, 그리고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과 진실 규명을 기원했다.

이번에 옮겨지는 것은 희생 교사와 학생들의 유품 외에 각종 물품들로, 학생용 책상 358개, 학생용 의자 363개, 키 높이 책상 26개, 교무실 의자 11개, 교실 교탁 10개, 교무실 책상 12개 등이다. 추모시설인 가칭 ‘416 안전교육시설’이 세워질 때까지 학교에서 1.3㎞ 떨어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임시로 보관된다. 첫날인 이날은 오후 3시부터 1차로 단원고 2학년 1반에서 6반까지 학생과 교사들의 개인 유품과 물품이 옮겨졌다. 김인종 단원고 행정실장은 “2차로 오늘 밤 8~9시께 7~10반 학생과 교사들의 유품과 물품을 옮기고 21일에는 칠판, 게시판, 사물함 등의 물품을 옮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희생자 유품 이송에는 유가족 외에도 안산 지역 주민과 연극인 80여명 등 5백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연극인 마광현(34)씨는 “안산 거리극 축제를 하면서 안산과 연을 맺은 많은 연극인들과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희생 학생들의 유품 이송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들은 희색 티셔트를 입고 이송에 참여했다.

그러나 기억 교실의 이전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시작 예정이던 이송작업은 정오에야 시작됐다. 416가족 협의회가 기억교실 이전과 관련해 ‘경기도 교육청이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의 ‘416 기억 학교 운영’ 계획안은 커녕 예산도 전연 확보하지 않은 데다 희생 학생들의 유품을 임시로 보존할 공간도 부족한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416가족 협의회 전명선 위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인 김광준 신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가족들이 제기한 문제를 협의했다. 전명선 위원장은 “이송절차는 약속한 데로 이행하되, 현재 제기된 문제는 경기도 교육청과 유가족들의 실무 협의를 통해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희생 학생들의 유품을 안산교육지원청에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짐짝 취급하냐’는 유가족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차량에 물품을 싣는 작업이 한동안 지연되는 등의 진통도 이어졌다.

이날 희생 학생들의 유품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기는 것을 거부한 한 희생 학생의 어머니는 자녀의 유품을 직접 집으로 옮겨갔다. 그는 “교육청 별관에 아이의 유품을 짐짝처럼 옮겨 놓고 싶지 않았다. 유품은 집으로 가져가서 임시로 보존할 예정인데 책, 걸상은 학교 비품이라 가져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희생 학생의 유가족 7명도 자녀들의 물품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기는 것을 끝내 거부했다. 이들 학생들의 유품은 실종 학생 4명의 유품과 함께 따로 학교에 모아서 보관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4·16연대 박래군 상임운영위원은 “유가족들로서는 밀려나는 것이다. 이게 곧바로 이전하는 것도 아니고 2~3년 뒤 가칭 안전시설이 만들어지면 그 때 간다는 것인데다 여태까지 (진상규명도 세월호 인양도)이뤄진게 아무 것도 없지 않나. 교실 만은 더더욱 지키고 싶었으나 남은 학생들을 위해 교실을 내주는 유가족들한테 정부나 교육 당국이 마지막까지 너무 큰 상처를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H6s안산/ 글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에 대한 이전 작업이 진행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희생 학생들의 유품이 담긴 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에 대한 이전 작업이 진행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에서 유가족들이 교실에서 옮겨진 학생들의 유품이 담긴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에 대한 이전 작업이 진행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에서 재학생들이 학교를 나가는 희생 학생들의 유품을 배웅하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기억교실‘에 대한 이전 작업이 진행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에서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학생들의 유품을 들고 교문을 나오고 있다. 안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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