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MLB리포트]야구는 키로 하는게 아니라는 알투베

조회수 2016. 8. 19. 11: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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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65cm 휴스턴 2루수 알투베, 리그 타격왕와 MVP를 향해 쾌속 질주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체급을 나눠 경기를 하지는 않습니다만 실제로는 체격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농구나 배구 경기에서는 180cm도 최단신 급으로 사실상 생존이 쉽지 않습니다. 풋볼이나 럭비에서는 60-70kg의 체중으로는 도저히 버텨낼 재주가 없습니다. 아이스하키만 해도 단신의 왜소한 체격이라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체격이나 신장, 체중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종목도 있다면 야구와 축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당한 체구의 큰 선수들이 유리한 점도 분명히 있지만 단신의 축구 천재 메시 같은 선수들도 대등하게, 때로 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며 경쟁을 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종목에서는 유독 ‘작은 거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희망과 즐거움의 스토리가 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합니다. 특히 야구는 정말 다양한 체격과 체구와 스피드와 신장 등의 각각 다른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스포츠입니다. 다른 종목이라면 명함도 못 내밀 선수들이 야구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동료와 하이파이브도 벅차 보이는 애스트로스 2루수 호에 알투베는
165cm의 최단신입니다. @애스트로스SNS

2016시즌 MLB는 다시 한 번 이 아주 작은 선수 호세 카를로스 알투베(26, 1990년 5월6일생)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18일 현재 알투베는 3할6푼4리로 AL 타격 1위입니다. 2위 무키 베츠가 3할1푼7리니가 이미 타격왕은 결정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NL 1위인 대니얼 머피(.348)와도 꽤 큰 차이가 납니다. 171안타, 출루율 4할2푼8리도 리그 1위입니다. OPS, WAR, 장타율도 모두 리그 2위입니다. 올해도 빠른 발은 변함이 없어 26도루로 리그 3위, 득점 5위, 그리고 홈런도 생애 최다인 19개를 치면서 텍사스의 아드리안 벨트레와 홈런 수가 같습니다.

(린스컴을 상대로 연타석홈런을 기록한 알투베)


처음 알투베가 빅리그에 데뷔했을 때 기록에는 그의 키가 170cm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MLB 최단신 타이틀을 차지할 정도였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키는 더 작아보였습니다. 얼마 후에 168cm로 수정되더니 요즘은 165cm라고 기록에 나옵니다. 그의 능력과 실력은 폭풍 성장을 하고 있는데 그의 키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아이러니입니다.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난 알투베는 어려서부터 운동 신경이 남달랐지만 16세 때인 2006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트라이아웃에서 탈락했습니다. 너무 작아서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에게 야구를 가르쳐준 아버지 카를로스는 아들의 재능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격려 속에 알투베는 다시 도전해 결국 17세 때 1만5000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받고 베네수엘라 서머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차곡차곡 단계를 밟고 올라와 결국 세계 최강의 야구 리그인 MLB에서도 (키와는 전혀 무관하게) 때론 경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인 알투베의 놀라운 야구를 우선 각종 기록으로 풀어봅니다.

(오승환을 상대로 통산 1000안타를 기록한 알투베)


★1000 : 17일 알투베는 통산 1000번째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전에서 바로 ‘돌부처’ 오승환을 상대로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데뷔 후 786경기 만에 1000안타 고지에 올라 애스트로스 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현역 중에는 스즈키 이치로가 696경기 만에 이룬 것에 이어 2번째로 빠른 기록입니다. 또한, 26세 102일에 달성한 이 기록은 ‘3000안타 클럽’ 타자 30명을 따져 봐도 9번째로 어린 나이에 이룬 기록입니다. 타이 콥, 알 칼라인, 알렉스 로드리게스, 로빈 욘트, 행크 애런, 트리스 스피커, 조지 브렛, 데릭 지터가 알투베보다 이른 나이에 1000안타를 쳤습니다. 벌써부터 ‘알투베는 3000안타를 칠 것인가?’ 라는 기사들이 쏟아질 정도입니다.


★46cm 혹은 71cm - 2013년 5월 1일 역사적인 대결이 이루어졌습니다. 휴스턴과 뉴욕 메츠와 일전에서 알투베가 메츠 구원 투수 존 라우시와 8회 격돌한 것입니다. 빅리그 최단신 165cm인 알투베와 최장신 211cm의 라우시의 키 차이는 46cm, 거기에 마운드 높이를 더하면 71cm의 차이가 났습니다. 1951년에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이 순전히 흥밋거리로 기형적으로 키가 작은 109cm의 에디 가델을 대타로 기용한 것을 제외하면(가델은 곧바로 출전이 금지됨) MLB 역사상 가장 큰 키 차이의 투타 대결로 기록됐습니다. 알투베는 직선타 아웃, 경기는 애스트로스의 6-3 승리였습니다.


★올스타 4 - 올해로 데뷔 6년차, 풀타임 5년차인 알투베는 이미 4번 올스타에 선정됐습니다. 풀타임 첫 해인 2012년에 첫 올스타전에 이어 2013시즌 거르고는 올해까지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알투베는 2012년 팀을 대표해 NL 올스타에 나갔고, 2014년에는 역시 팀을 대표했지만 이번에는 AL 올스타전에 출전했습니다. 휴스턴 팀이 리그를 옮겼기 때문으로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한 팀을 대표해 양 리그의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가 됐습니다.


★130-40-341-56 - 2014시즌 알투베는 전반기에만 130안타에 40도루를 기록했습니다. 1933년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었습니다. 같은 해 6월 29일 알투베는 4경기 연속 2도루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1917년 레이 채프만 이후 처음 나온 기록. 기록 행진은 이어져서 9월16일 알투베는 시즌 210안타를 치며 명예의 전당 멤버인 크렉 비지오가 가지고 있던 팀 한 시즌 최다 안타를 16년 만에 넘어섰습니다. 결국 158경기에서 225안타를 친 알투베는 3할4푼1리로 휴스턴 최초의 타격왕이 됐습니다. 56도루 역시 리그 최다였습니다.


★7-첫 홈런-898-282 -2011년 7월19일 애스트로스는 만 21세의 알투베를 드디어 빅리그로 승격시켰습니다. 막 마이너리그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했던 그는 MLB 데뷔전부터 7경기 연속 안타를 쳐 러스 존슨의 팀 기록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8월20일 자신의 빅리그 첫 홈런을 기록했는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었습니다. 정말 상징적이지 않습니까? 알투베와 달리기 홈런.

빅리그 첫 시즌을 마치고 알투베는 곧바로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 참가했습니다. 마이너(391)에서 시작해 메이저리그(234)를 거쳐 윈터리그(273)까지 알투베는 그 해에 총 898타석에 섰습니다. 그리고 무려 282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야구에 미치지 않고서야 상상하기 힘든 기록입니다.


★1250만 - 2013년 7월 애스트로스는 알투베와 1250만 달러 4년 계약을 체결합니다. 풀타임 2년차 선수에게 대단한 계약으로 보였지만 지나고 보면 팀 사상 최고의 계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구단은 2018년 600만 달러, 2019년 650만 달러 옵션도 가지고 있습니다. 리그 MVP급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6년 2500만 달러에 묶은 것입니다. 계약 당시 알투베는 2할8푼에 28타점 등 미미한 성적을 올리고 있어 미래가 확실치 않은 ‘너무 작은 선수’에게 대형 계약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결과는 구단의 대박.


★연속 200 - 2015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알투베는 5타수 3안타를 쳤습니다. 마지막 날에 정확히 시즌 200안타를 채우며 '2년 연속 200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휴스턴 선수로 2년 연속 200안타는 알투베가 처음이었고, 베네수엘라 선수 중에도 처음 200안타 이상을 두 번 기록한 타자가 됐습니다. 18일 현재 알투베는 171안타로 이 추세라면 230안타에 육박할 기세입니다. 3년 연속 200+ 안타를 향해 질주합니다.

(유격수 코레아와 환상적인 수비를 연출한 알투베)

★1골드-2실버 - 2015시즌이 끝나고 알투베는 자신의 첫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습니다. 2루수 수비율 .993은 AL 최고였습니다. 또한 2년 연속 실버슬러거 역시 그의 차지였습니다. 공수에서 압도적인 리그 최고의 2루수임을 뽐낸 그는 MVP 투표에서도 2014년 13위, 2015년 10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강력한 1위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배드볼 히터인 알투베는 낮은 공도 이렇게 퍼올려 장타를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애스트로스SNS


풀타임 첫 두 시즌에서 각각 2할9푼과 2할8푼3리를 친 알투베는 그저 ‘정말 작은데도 야구를 꽤 잘하는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283의 2013시즌을 끝낸 후 알투베는 조국 베네수엘라의 윈터리그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찍부터 휴스턴 캠프로 가서 오프 시즌 프로그램을 짜서 대대적인 개조작업에 돌입합니다. 체력과 심장 강화를 위한 유산소 운동, 민첩성 훈련, 그리고 특히 하체를 강화하기 위한 지독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언덕 달리기 등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식단도 완전히 바꿨습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익숙했던 정크 푸드, 즉 햄버거나 피자 등 밀가루 음식 대신에 생선이나 야채 등을 위주로 건강 식단을 짰습니다. 군살이 빠지며 체중이 10kg 가까이 줄은 대신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로 변신했습니다.


지독한 동계훈련과 함께 존 말리 타격 코치는 알투베의 타격 준비 자세와 정신적인 접근법도 바꿀 수 있도록 도움을 줬습니다.

‘프리 스윙어’로 웬만한 공에는 모두 손이 나가고 좀처럼 볼넷에는 관심이 없던 알투베는 2013시즌에 85개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3할1푼6리의 출루율은 분명 아쉬움이 컸습니다. 더 나은, 더 강한 타자가 되기 위해 구종 판별, 이른 볼카운트 싸움에서 참을성, 변화구 대처 등에 대한 적응력을 키움과 동시에 레그킥을 추가해 타석에서 서두르며 타이밍이 너무 빠른 점을 보완했습니다. 워낙 스윙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레그킥이 알투베에게는 타이밍을 맞추고 타구에 힘을 싣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그 겨울 훈련을 거친 후 알투베는 “공의 궤적을 읽는 게 훨씬 좋아졌고 공을 더욱 강하게 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격적인 성향은 변하지 않았지만 2013시즌에 12.7%이던 삼진비율이 2014시즌에는 7.5%로 확 줄었습니다.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작전 수행을 완수하기 위해 뛰어 오르며 타격을 하는 알투베.  MLBTV)


마지막으로 알투베가 어떤 선수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 한 번의 스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2014년 9월 22일 텍사스전 8회초, 주자 1루 상황에서 히트-엔드-런 작전이 걸렸습니다. 레인저스 투수 로만 멘도사는 150km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MLB 평균키(187cm)의 타자라면 약간 높은 공이었겠지만 이 친구에게는 거의 머리 위 높이로 날아든 공. 그러나 동료의 허망한 아웃을 막기 위해 알투베는 몸을 날립니다. 그야말로 껑충 뛰어 점프를 하며 공을 맞춰 파울볼을 끌어내고 맙니다. 특유의 ‘배드볼 히터’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전형적인 ‘팀 플레이어’라는 점을 한 눈에 보여준 타석이었습니다. 당시 캐스터가 “지금 점프한 거 맞죠? 점프하면서 친 것 같아요!”라고 외치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 MLB 명예의 전당에는 168cm 이하의 선수가 6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빌리 해밀턴, 윌리 킬러, 래빗 매런빌, 조 시웰, 핵 윌슨, 그리고 필 리주토가 있습니다. 대단한 작은 거인들이었는데 모두다 1941년 이전에 현역 생활을 했던 선수들입니다. 그러니까 최근 75년 넘게 이렇게 작은 체구의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적은 없었습니다. 만 26세인 알투베는 아마도 10년 이상 더 선수 생활을 할 테고, 그가 어떤 기록을 만들어갈지는 갈 길이 멀어 섣부른 예단을 하긴 힘듭니다. 그러나 그가 은퇴하고 후보 자격을 채울 즈음이 될 15년후쯤에는 90여년 만에 170cm가 안 되는 타자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위업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Wikipedia, Sports Illustrated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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