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피아가 만든 '노동 지옥']30년차 미화원 기본급이 신입과 똑같은 126만원

김형규 기자 2016. 8. 1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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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외주화로 이뤄낸 ‘1등 공항’
ㆍ공항공사 업무 67% 떠맡은 용역 노동자 처우 열악
ㆍ평균 임금도 정규직 66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쳐

김포공항 용역업체 소속 한 청소노동자가 18일 국내선 청사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의 각종 ‘폭로’는 외주화가 일반화된 국내 공항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14개 국내 공항은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화해 아웃소싱 비율이 67%에 이르렀다. 또한 용역 노동자들은 공사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제주·김해 등 국내 14개 공항과 시설을 운영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공사는 현재 14개 공항의 23개 업무 분야를 총 43개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김포공항의 경우 청소·카트수거·주차·관리 등 단순 업무부터 보안검색·특수경비·구조소방에 이르기까지 16개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가 맡고 있다. 매일 공항을 이용하는 6만여명의 여행객들을 상대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김포공항은 공사 정규직 직원 숫자가 400명인 반면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는 1218명으로 3배가 넘는다. 인력 규모로 본다면 아웃소싱 비율이 75.2%에 이른다. 제주·김해·대구공항의 아웃소싱 비율도 70%가 넘고 양양·무안공항은 이 비율이 80% 이상이다. 공사가 관리하는 14개 공항 전체로 보면 아웃소싱 비율은 66.9%다.

실제로 공항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업무의 대부분을 용역업체들이 떠맡고 있지만 소속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열악하다. 용역업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기술 분야 중급기술자를 기준으로 해도 3200만원에 그친다. 정규직 평균인 66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의 경우 기본급이 약 126만원으로 평균급여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시급으로 해도 7000원이 넘지 않는다. 이 급여는 신입직원이든, 30년 경력의 직원이든 관계없이 똑같이 적용된다. 이는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서 임금을 시중 노임단가(시급 약 8200원)에 맞추라고 한 것과도 어긋난다. 실제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은 지난 5일 공사에 공문을 보내 지침 준수를 촉구했다.

그러나 공사는 시중 노임단가 적용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공사 측은 “2015년 기준으로 196개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가운데 시중 노임단가를 적용하는 기관은 전체의 6%에 불과하다”며 “공사가 제시한 급여 수준은 오히려 타 기관에 비하면 높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조건도 열악한 편이다. 손경희 공공비정규직노조 강서지회장은 “그동안 공항에서 청소일을 하다 다쳐도 산재 처리를 해 준 적이 한번도 없다”며 “아파서 한 달 이상 쉬어야 할 상황이 되면 아예 사표를 내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몸이 아파 일을 못하게 될 경우 일당 8만원을 주고 대근자를 투입해왔다. 손목뼈가 부러진 ㄱ씨는 이 돈을 아끼기 위해 손에 깁스를 한 채 일을 했다. 청소하다 인대가 끊어진 ㄴ씨는 ‘수술로 자리를 비울 거면 사표를 내라’는 회사의 말에 결국 수술한 지 보름 만에 서둘러 일을 하러 나왔다.

인권유린적인 욕설과 폭언도 일상사였다. 한 간부는 “염병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폭언을 입에 달고 살았다. 또 다른 간부는 “이것들 다 치워버려”, “안 보이는 데로 던져 버리겠다”는 발언도 했다.

최근 노조 결성 후 한 노동자는 간부로부터 “공항 검색대에서 일하는 ‘니 딸까지 잘리고 싶냐’ ”는 협박을 들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밝힌 노조 탄압과 성추행 등의 사례는 국내 대표 공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공사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해서 용역업체에만 문제를 떠넘기고 모르는 체할 것이 아니라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주체로서 하청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개선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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