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고작 1000명 죽었을 뿐"
[경향신문] ㆍ유엔의 인권 문제 지적에 “내정 간섭” 독설
마약 범죄와의 ‘유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1·사진)이 법치와 인권 문제를 지적한 유엔을 향해 “고작 1000명밖에 죽지 않았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두테르테는 17일(현지시간)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남의 말에 잘 흔들리는 유엔은 쉽게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려 든다”며 “필리핀에서는 고작 (마약 용의자) 1000명이 죽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무고한 여성과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유엔에서 조사하러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온다면 머리를 후려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6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용의자 즉결처형을 옹호한 두테르테의 발언에 “명백한 불법이며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고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월 말 두테르테 취임 이후 지금까지 범죄 용의자 검거 과정에서 1054명이 사살됐다. 두테르테는 판사를 비롯한 공직자와 정치인 160여명이 마약거래에 연루됐다며 명단까지 공개했다. 수치로 보면 강력범죄를 막는 효과가 있었다. 그가 집권한 지 한 달 만에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는 이전 해에 비해 31% 급감했고 마약 용의자의 자수도 줄을 잇는다. 현재 두테르테 지지율은 91%에 달한다.
하지만 ‘묻지마’식 현장 사살로 억울하게 가족을 잃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으며, 최소한의 변론권과 재판 기회도 보장하지 않아 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여론이 가톨릭계와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지난 11일 마닐라에서는 대학생들이 촛불집회를 열어 마약 단속에서 정당한 법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했다. 두테르테는 “마약 용의자 60만명의 체포영장을 다 받으라는 것이냐”며 비판을 일축했다. 오히려 지난 8일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 대법원장이 초법적 마약 소탕작전을 비판하자 “사법부가 방해하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두테르테식 공포정치가 오히려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무법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사살된 범죄 용의자 중 절반가량이 경찰이 아닌 소위 ‘그림자 자경단’이라 불리는 지역 무장조직들에 의해 살해됐다. 현재 경찰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경찰이 아닌 자경단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899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두테르테는 남부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경단을 조직해 범죄 용의자 1700여명을 재판 없이 살해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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