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원인 조사해야 할 시간에 단식농성 하게 돼 유가족에 죄송"

2016. 8. 1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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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특조위 조사활동 보장 촉구’ 릴레이 단식농성 동참한 윤천우 특조위 조사2과장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특조위 릴레이 단식농성 8번째 주자로 나선 윤천우 특조위 조사2과장.

“조사를 해야하는데 이렇게 농성을 할 수밖에 없어 유가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윤천우(42)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2과장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지난 6월30일, 정부의 ‘활동종료’ 통보 이후 예산은 끊기고 정부 기관의 비협조로 세월호 참사 원인을 밝힐 조사 활동이 진척을 보이지 못 하고 있어서다. 특조위는 결국 ‘조사활동 기간을 보장해달’라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난달 27일부터 릴레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에 만난 윤 과장은 특조위 직원 중 8번째로 이틀째 단식 농성에 동참하고 있었다.

“단식농성을 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배고픈 건 괜찮은데 더워서 많이 힘드네요.” 과거사 재심사건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였던 윤 과장은 지난해 7월 진상규명소위원회 소속 조사관으로 특조위에 합류했다. 이날로 1년 22일째인 특조위 조사관으로서의 생활은 특조위가 문을 연 첫날부터 생애 첫 단식을 하게 된 이날까지 하루도 순탄했던 적이 없었다. 특조위가 출범해 강제 활동종료되기 전까지 정부가 진상규명국장을 임명해주지 않은 데다, 특조위원장이 면직처분한 조사1과장(파견직 공무원)은 자리만 지키고 앉아있는 탓에 윤 과장은 그동안 조사 1, 2과를 통틀어 지휘하는, 사실상의 ‘1인3역’을 해왔다. “조사 1, 2과의 정원(34명)이 다 채워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개별 조사관들의 능력이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벽이 워낙 높다보니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낼 수 없었던 게 사실이었어요.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무력감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는 중요 업무를 맡고 있는 조사 1, 2과의 조사관은 현재 윤 과장을 포함해 22명 뿐이다.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 시한이 끝났다고 통보한 이후 특조위 직원들은 두달째 월급을 받지 못 하고 있다. 활동 종료를 이유로 정부가 재직증명서 발급조차 거부하고 있어, 특조위 일부 직원들은 보육시설에 맞벌이 증빙이나 대출 신청 때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3차 청문회 장소를 대관해줬던 사학연금관리공단은 돌연 대관을 취소하겠다고 알려오고, 조사 대상기관들의 비협조도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윤 과장은 “3차 청문회에서는 해경이 (23시간이나 버티며) 내주지 않았던 주파수공용통신(TRS) 녹취록에 담긴 구조과정에서 벌어진 일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차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조위가 소환한 정부쪽 참고인과 증인들이 특조위의 활동종료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기억과 증거는 시간이 지나면 훼손될 수 있어요. 특조위가 이대로 활동을 멈추면 어렵게 찾아낸 것들도 같이 묻힐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른 위원회가 생겨 조사 활동을 이어받는다고 해도 시간과 노력이 추가로 들 수밖에 없어요”라며 답답해했다. 윤 과장을 비롯한 특조위 직원들이 땡볕 아래 단식 농성을 하며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활동 기간을 보장해달라고 외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건 정치색과 상관없이 생명과 안전,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니까요.” 글·사진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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