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5천억 M&A 중개시장..회계법인·증권사 영토싸움 불붙었다

강두순,박승철,전경운 2016. 8.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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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기업 M&A 자문업 금지..자본시장법 개정안 논란

◆ 레이더M ◆

야당이 발의할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회계업계와 금융투자업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침체에 빠진 국내 증권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법안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회계법인들은 전문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입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연 5000억 안팎으로 추정되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중개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계법인들까지 시장을 교란시켜 토종 증권사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목표로 종합금융투자 사업자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시장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M&A 부문을 살펴보면 NH투자 삼성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을 빼면 제대로 된 전문팀을 꾸리고 활동하는 곳이 많지 않다"며 "반면 회계법인들은 수백 명 규모의 거대 M&A 조직을 갖춰 놓고 활동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선진국 M&A 자문실적 순위에서 회계법인들이 순위권에 진입하는 경우가 드문 반면 국내에선 대형 회계법인들이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매일경제 레이더엠이 집계한 M&A 자문 순위에서 EY한영(5위) 삼정KPMG(7위) 삼일PwC(9위) 등 회계법인 3곳이 10위권에 올랐다. 반면 국내 증권사는 삼성증권(6위)과 하나금융투자(8위)만 겨우 톱10에 진입했다.

특히 주요 회계법인들은 전체 매출에서 M&A 등 경영자문(컨설팅) 부문 매출 비중이 30~40%대에 달해 본업인 회계감사 부문에 맞먹는다. 이는 회계법인 내 우수 인력들이 외부감사보다 M&A 자문 등 경영자문 부문으로 쏠리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국내 회계법인들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덤핑 수주에 나서면서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회계법인이 M&A 중개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 가능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게 개정안을 내놓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 주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A 중개 업무와 관련해 증권사는 사후에라도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지만 회계법인은 이 같은 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의 회계법인에 대한 검사는 주로 회계감리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회계법인들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기준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계법인의 M&A 자문 업무를 막는 명분은 회계감사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는 현행 공인회계사법으로도 충분히 규제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경쟁 업종에서 인식하는 문제로 나온 사안이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형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도 "국내 주요 회계법인의 독립성 규제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며 "투자 매매나 중개 업무를 하지 않는 회계법인이야말로 M&A 자문에 있어 이해 상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M&A 과정에서 직접 자금을 대거나 주선할 수 있는 증권사야말로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장 법안이 시행될 경우 시장 혼란과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M&A 자문 서비스를 받고 있는 기업들의 불편과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M&A 담당 임원은 "기업 입장에선 M&A 자문과 실사 업무 등을 한꺼번에 맡겨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호해 왔는데 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회계법인들의 M&A 자문 업무에 제동이 걸릴 경우 수입이 줄어든 회계법인들이 회계감사 수수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 M&A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중소형 M&A는 지금까지 회계법인이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분야"라면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M&A 활성화를 위해서도 M&A 시장의 저변이 확대돼야 하는데 회계법인의 이 같은 능력을 사장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해외 유수의 글로벌 회계법인과 업무제휴 및 네트워크를 공유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와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에 큰 역할을 해왔는데 공백이 불가피해 빈자리를 외국계 IB들이 독식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회계법인들이 감사와 비감사 업무 분사를 통해 독립성을 높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회계법인들의 M&A 자문 업무 참여를 원천 차단하고 금융투자업자 등으로 조건을 제한하는 건 논란이 될 수 있다"며 "회계법인이 지주사 체제 도입 등을 통해 감사와 비감사 부문을 분리해 M&A 자문 업무를 별도 자회사로 두는 형태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박승철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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