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1948년 건국절 법제화".. 이념·역사전쟁 포문

2016. 8. 1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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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대통령이 불지핀 건국 논란
여 지도부 불쏘시개 나서
이정현, 야당에 공개토론 제안도

개각·우병우 등 수세 국면에서
보수결집 통한 현안 물타기
‘국정교과서 뒷받침’ 의도도 엿보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끝)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조원진·이장우·강석호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누리당이 17일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하고 야당에 생방송 토론회를 제안하는 등 건국절 논쟁을 키우고 나섰다.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68주년”(광복절 경축사) 발언을 두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판하자 사흘이 지나서야 반발한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취임 뒤 처음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는 ‘건국절 부흥회’가 되다시피했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 4월을 건국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정부 수립이 이뤄진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고 포화를 쏟은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먼저 “박 대통령이 ‘건국 68주년’을 언급한 건 역사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야말로 반헌법, 반국가, 반역사적 얼빠진 주장을 삼가해 달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심재철 의원(국회부의장)과 정갑윤 의원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법제화할 것을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내용의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현재의 야당이 집권했던 김대중 정부에서도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전제하고 ‘건국 50주년’(1998년) 등의 표현을 사용한 점을 들어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에게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1948년 8·15 건국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려는 것과 맞닿아 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집중적인 문제제기를 이어받아 이정현 대표는 “정말 중대한 문제”라며 야당과 ‘생방송 공개 토론회’를 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김현아 대변인을 통해 “극소수 대한민국 부정세력을 위한 맞춤형 정치공세” 등의 표현으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새누리당이 추가경정예산안 등 민생 현안을 앞에 두고 ‘이념·역사 전쟁’의 판을 키우고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는 박 대통령을 겨냥한 문 전 대표의 “얼빠진 주장” 비판에 정면으로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수층을 재결집시켜 ‘찔끔 개각’, ‘우병우 파동’,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의 수세 국면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건국절’로 진영간 세대결을 부추겨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소재로 활용해 왔다. 2008년 임기 첫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이명박 정부는 그해 광복절 기념식을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중앙경축식’으로 명명하며 갈등을 촉발시켰다. 야당이 광복절 행사를 따로 열 정도로 정국이 냉각됐지만, 당시 여권은 보수층 결집을 통한 국면 전환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의 공세는 또한 박근혜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계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강행한 배경에, 학생들에게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주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더민주의 당대표 후보들은 강하게 재반박했다. 이종걸 의원은 “헌법은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19년 4월11일 건국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국헌의 가치를 문란하게 한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미애·김상곤 의원도 각각 “(건국절 주장은) 항일독립운동을 부정하고 건국 이전의 친일행적을 정당화시키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 “박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언급은 대한민국 정통성의 부정인 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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