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염증·생활고에 결단.."자유민주체제 동경했다"

김성훈,박대의 2016. 8. 1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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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체제 이후 탈북 외교관으론 최고위급국제사회 대북압박에 엘리트 이탈 계속될듯

태영호 駐英 북한공사 귀순 배경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2인자'였던 태영호 공사가 전격 귀순한 것으로 17일 밝혀지며 촉망받던 외교관인 그가 가족과 함께 탈북한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대북 제재 국면이 심해지는 가운데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혜택을 받고 해외에 파견됐던 엘리트 계층이 북한 체제에 불만을 품고 탈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평양에서도 단속이 강화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태 공사가 지난 10년간 영국인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가 외부로부터 오해를 받아 잘못 보도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BBC는 태 공사가 과거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에서 "영국인들은 지배층에 세뇌됐다"고 주장해 비웃음을 받자 "만약 영국이나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에) 자유로운 교육과 주거, 의료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북한을 다시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국 내 공산주의 성향 단체들의 강연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북한 체제를 선전하고 대외적으로 평양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왔다.

이처럼 북한 외교관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외국인이나 해외 언론인과 소통했던 태 공사가 체제에 대한 염증과 불만으로 북한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 같은 결심에는 장기간 해외 생활을 통해 서방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환경을 오래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비합리적인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호하며 겪었을 내적 갈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태 공사가 한국행을 택한 것은 대북 제재 이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이 예전에는 영국 정부 관리들이나 북한 문제에 관심 있는 영국 의원 등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접촉이 거의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현지 주재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생활고도 가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동영상 검색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라온 태 공사의 공개 강연 등을 살펴보면 영국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에서 런던의 주택 임차료에 대한 고충을 직접 토로하기도 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에 주재 중인 현학봉 대사와 태 공사 등 대사관 구성원들에게 제재 국면을 탈피하고 외교적 활로를 찾기 위해 과중한 업무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영국이 핵·미사일 문제는 물론 인권 문제에서도 강경한 대북 입장을 견지하면서 대사관의 차석인 태 공사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국 재무부는 지난 5월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EU)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북한 국영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 런던지사를 압수수색했다. 북한은 2005년 헬기 추락 사고와 수재 등을 이유로 약 600억원의 외화를 보험금으로 챙겼는데 이때 이 국영보험사를 이용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로 인해 유럽 금융 중심지인 영국에서 북한의 외화 파이프라인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의 서울·평양 특파원인 스티브 에번스는 태 공사와의 개인적 친분을 소개한 글에서 "그가 올여름 임기를 마치고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에번스 특파원은 또 "당뇨병 초기였던 태 공사는 올여름 평양에 돌아갈 예정이었다"며 "가족과 함께 귀국하지 않을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 태 공사 가족의 탈북이 매우 은밀하게 준비됐음을 시사했다. 이날 태 공사의 본명이 당초 국내에 알려진 '태용호'가 아니라 '태영호'인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김성훈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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