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테크 패러독스..원화강세속 큰손들은 왜 달러를 샀을까

김혜순,정의현 2016. 8.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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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 사재기 열풍 / 7월 한달간 개인 달러예금 11억弗 늘어 사상최대 ◆

서울 강남구에서 30억원 규모 금융자산을 굴리는 사업가 A씨. 그는 최근 달러가 싸지자 30만달러 외화예금에 가입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조만간 달러값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달러에 투자하기 위한 비용이 생각보다 적어 선택이 어렵지 않았다. A씨는 "수수료를 주고 다른 금융 상품을 중도 해지하더라도 비과세되는 달러 예금에 투자하는 편이 낫겠다"며 "여러 PB 중 환율을 우대해주는 곳을 찾았는데, 90% 정도 우대를 받으니 은행 매매기준율과 거의 같은 환율을 적용받았다"고 말했다.

사상 최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던 자금이 환(換)테크로 몰리고 있다. 30·40대 직장인뿐만 아니라 비과세 혜택을 노린 거액 자산가들까지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환테크에 동참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1100원 위로 올라 추가 상승 위험이 크지 않은 가운데 조만간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 다시 '원화 약세, 달러화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7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개인 달러화 예금은 7월 한 달간 10억9000만달러가 늘어 81억달러를 기록했다. 개인 예금 증가 규모와 잔액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도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달러값이 올라 환 차익이 나더라도 세금이 붙지 않는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1100원일 때 1억원어치 달러 상품을 사서 1200원일 때 팔았다고 가정하면 약 900만원의 환 차익을 고스란히 투자자가 가질 수 있다. 이자나 배당소득으로 900만원을 벌었을 때 수익의 15.4%인 138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달러 예금이나 채권도 이자소득세는 내야 한다. 그러나 달러 예금과 RP 이자가 연 1% 미만이기 때문에 절대 금액은 크지 않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환 차익 비과세 가치는 더욱 커진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날보다 16.1원 급락한 1108.3원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전날 경신한 연중 최고치(1093.5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달러 대비 원화값 1050~1100원 선을 상한으로 보고 달러에 베팅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매일 수십, 수백만 달러 규모로 달러를 매수하려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달러 약세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보고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지금 타이밍을 달러자산 투자의 적기로 판단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2월에 한 차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금리 인상 발표 시 달러는 빠르게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9월을 한 달 앞두고 원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지금이 환 투자의 적기"라며 "분할매수를 통해 달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원화 대비 달러값이 연내 120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 차익을 노린 달러 선물 등 투기성 환 거래는 위험이 크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환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커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으니 환 투기에 나서는 것보단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관점에서 달러를 일부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원화값이 최근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달러를 싼 가격에 매입해두려는 투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직원들이 달러화를 세고 있다. [한주형 기자]
[김혜순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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