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911 테러로 암에 걸린 미국인 5,441명..끝나지 않는 상처

박병일 기자 2016. 8. 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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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1일은 미국 911 테러가 발생한지 15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911 테러는 15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미국인들에게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의 건강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CDC 즉 미국 질병통제 센터에는 <World Trade Center Health Program>이 있습니다. 911 테러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인정된 미국인들을 치료해주고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까지 5,441명의 미국인이 911테러로 인해 ‘암’이 발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난 2014년까지 911테러로 암이 발생했다고 인정된 미국인이 1,822명에 그쳤지만, 지난 2년 사이에 그 숫자가 5,441명으로 급속히 뛰어오른 겁니다. 이 5,441명은 911 테러 후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던 미국인 가운데 암이 발병한 사람의 수로, 이 프로그램에 등록하지 않은 미국인들까지 합하면 911 테러로 암에 걸린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CDC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5,441명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우선, 가장 많은 4,692명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펜타곤 등 테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작했던 응급 구조대와 경찰, 자원 봉사자 등입니다. 749명은 911 테러 때 생존했던 사람들과 인근 사무실과 학교 등지에서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이 5,441명의 절반 가량은 현재 연령이 55세에서 64세까지의 사람들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40세에서 50세 사이에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이 5,441명이 걸린 암은 모두 6,378종인데 사람 숫자보다 많은 것은 일부가 2개 이상의 암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911 테러 직후 건물 잔해 등에서 연기처럼 쏟아져 나온 발암 물질과 오염 물질을 흡입하면서 암에 걸린 것으로 CDC는 보고 있습니다. 


911 테러의 영향으로 암이 발병한 미국인은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치료받겠다고 동의할 경우 CDC는 증명서를 발급해줍니다.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에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911 테러로 인해 암이 발병한 것으로 인정되면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암을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또는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지 않고 병원 치료를 받은 뒤 <911 희생자 보상 펀드>에 치료비를 청구해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911 테러로 숨진 사람은 거의 3천 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CDC의 <World Trade Center Health Program>의 집계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911 테러와 연관돼 건강이 나빠진 미국인이 7만 5천 명이나 됩니다. 앞서 말한 암 발병 미국인 5,441명 외에 1만 2천 명 가량은 911 테러로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3만 2천 명은 천식과 만성 기침 등 호흡기 질환이나 식도 역류 등 위장 질환, 그리고 폐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911 테러가 얼마나 미국인들을 정신적으로는 물론 신체적으로 오랫동안 괴롭히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911 테러가 끝난 지 15년이 지나도록 그 테러에 따른 자국민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해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하고 있는 것이지만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그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이런 것이 진정한 선진국의 요건 아닐까요?
 
사진 = CNN         

박병일 기자cokkir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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