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과 [부산행],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영화를 본다는 것

아이즈 ize 글 고예린 2016. 8.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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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고예린

“지금 대한민국이 총동원되어서 우리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터널]에서 붕괴된 터널 안에 갇힌 이정수(하정우)는 말한다. 그러나 [터널]은 구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터널 외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드러내며, 정수의 이런 믿음이 어떻게 사그라드는지를 비춘다. 설계도와 안전지침을 따르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에 FM대로 지어지는 건물이 어딨냐”는 태도,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구조 작업, 생존자와 구조 작업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까지 무너진 하도터널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은 많은 이들에게 2년 전의 4월 16일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좀비가 나타난 KTX 열차를 배경으로 한 영화 [부산행] 역시 거대한 재난이 닥친 상황에서 개인의 각자도생을 그렸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렸다. 세월호라는 재난을 경험한 이후, 재난 영화를 본다는 경험 자체가 그 이전과는 달라지게 된 것이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모두 세월호를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2년 전 우린 엄청난 아픔을 겪었다. 그 아픔을 우리 모두가 갖고 있다. 영화 역시 현실을 기반으로 풍자했기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 것”([오마이스타])이라는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이제 한국에서 재난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재난을 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터널]에서 생존해 있는지도 모를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죽어야겠냐며 원망하거나, 트라우마가 될 재난을 겪은 당사자에게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를 묻는 장면은 전 국민이 2년 전에 직접 겪었던 일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부산행]에서 “나만 빼고 다 못 탔어”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고등학생의 죄책감 역시 모두가 공유하는 어떤 순간의 기억이다. 세월호라는 재난을 겪은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현실에서 일어났던 재난의 순간들을 재현하고 떠올리게 하는 경험이 된다.

만화가 강풀은 엔씨소프트 블로그에 연재 중인 ‘강풀의 조조’에서 세월호 참사와 [터널]의 연관성과 기시감을 언급하고, 오달수의 “저 안에 사람이 있다고요”라는 대사를 인용해 “거기 사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터널]에서 행정안전처 장관이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정작 의견이 충돌하는 순간 “잘 협의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장면은 세월호 구조 작업 당시 비판받았던 정부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구조 작업에서 희생자가 생겨나고 그로 인해 생존자의 가족이 비난받는 상황 역시 익숙한 기시감이다. [부산행] 개봉 이후에는 언론에서도 “국민 여러분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을 것입니다.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말고 정부를 믿고 극복해야 합니다”라는 정부 방송의 무의미함을 언급하며 세월호와 비교하는 기사들이 여럿 등장했다. [부산행]의 홍보사 호호호비치 측은 “재난 상황이 실재하는 부분이 관객들의 이입을 높이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보편적인 재난 대처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 존재하는 재난 상황을 떠올리고, 그럼으로써 영화에도 한결 더 이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국의 재난 영화는 결국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장이 된다. [터널]의 홍보사 딜라이트 측은 “보고 나면 사회적인 부분을 제대로 꼬집어냈다는 평도 많았다. 관객도 마지막 오달수의 대사 등에서 통쾌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재난 영화가 아님에도 세월호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평을 들었던 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 역시 [씨네 21]과의 대담에서 중학생 미옥(김소희)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자 대통령에게 유서를 보내는 장면을 설명하며 “끔찍한 상황에서 아이가 자기를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그렇게 썼을 거다. (세월호 사건) 당시 내가 느낀 상당한 무력감들이 시나리오에 들어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 사회가 함께 겪은 재난이 사람들에게 남긴 일종의 감정적 트라우마를 재현하면서, 결국 이러한 트라우마를 만들어낸 현실 사회를 비판하는 데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한국에서 재난 영화를 보는 것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일종의 사회 고발에 가까워지는 경험이다. 스케일과 완성도를 떠나 [터널]이나 [부산행]과 같은 영화에서도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이러한 떠올림이 필요한 이유 역시 결국 재난 상황에 대한 고발이 여전히 필요한 지금 한국 사회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16년 7월 27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 활동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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