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공항 마피아'가 추행·폭언도

2016. 8. 1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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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포공항 미화원들 경고 파업 왜?

공항공사 퇴직자 용역업체 관리자로
정부 임금 가이드라인 있으나마나
파업 참가자들에 노조탈퇴 종용도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가 공개한 김포공항 미화 노동자들이 휴식하는 공간의 사진. 노동자들은 휴지와 청소 도구 등을 보관하는 화장실 창고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제공

김포공항 비정규직 미화원들이 용역업체 관리자들의 성추행과 욕설, 폭언 등의 횡포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폭로하며 지난 12일 한국공항공사 앞에서 삭발을 하고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오랜 세월 열악한 근로 환경이 지속되어온 데는, 한국공항공사에서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이들이 간부나 관리자를 맡아 전횡을 일삼고 공항공사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 성추행 의혹 추가 제기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이하 서경지부)가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는 14일, 성추행을 당했다는 직원의 추가 증언이 이어졌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여자화장실에서 근무했던 이아무개씨는 “김포공항 미화 용역업체 두레크린(당시 용역업체명)에서 근무하던 김아무개 소장이 2012년 6월 여성대기실로 다섯 차례나 따라와 작업복 윗도리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폭로했다. 앞서 손경희 서경지부 강서지회장은 지난 12일 또다른 김아무개 소장이 “노래방에서 (자신을) 무릎에 앉히더니 입안에 혀를 집어넣었다”며 성추행당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미화노동자 노아무개씨도 2013년 회식 자리에서 같은 회사 한아무개 본부장으로부터 멍이 들도록 가슴을 움켜쥐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동료 미화원들에 의해 이 일이 민주노총에 알려지자 김 소장은 일주일 만에 사표를 냈다. 손 지회장을 성추행했던 또다른 김 소장은 현재 김포공항 내 주차용역회사 주차관리원으로 자리만 이동했다. 한 본부장의 경우 “술에 취해서 성추행을 했다”고 인정했고, 회사는 그를 해고했다. 성추행을 일삼았던 김 소장과 한 본부장은 모두 한국공항공사 퇴직자 출신으로 두레크린에 영입된 사람들이다.

■ 공항공사 용역업체에만 있는 ‘본부장’ 미화원들은 올 초 새로 입찰을 따낸 지앤지(G&G) 소속으로 바뀌었다. 지앤지 역시 한국공항공사 퇴직자 출신들이 다수 관리자로 포진해 있다. 대개 공공기관의 용역업체들은 대개 소장(1명)-반장(1명)-근무자(여러 명)로 이뤄지는 단순한 구성을 갖추고 있지만, 지앤지는 총괄책임자인 본부장(1명)과 소장(1명), 반장(6명)을 추가로 두고 있다. 관리자만 총 9명인 셈이다. 20명의 미화원들이 하루 11시간 동안 국내선·국제선 출발장으로 흩어져 청소를 담당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본부장 등 관리자들은 “동료와 잠시 얘기를 하거나, 5분 동안 물이나 커피를 마시다 들키면 시말서를 쓰게 하”는 등 감시 역할에 집중했다는 게 노조 쪽의 주장이다. 본부장과 일반 미화원의 월평균 급여 차이는 약 200여만원이다. 서경지부 쪽에선 “관리자들에게 과도한 인건비와 권한을 주면서 공항공사 내 용역업체가 공사 퇴직자의 왕국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지침은 안 지켜도 그만? 지앤지 소속의 135명의 노동자 중 김포공항에서 30년 넘게 일한 미화노동자도 있지만, 이들의 임금은 126만원으로 최저임금(시간당 6030원) 수준에 그친다. 상여금과 기타 수당을 포함해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184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마련한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보면, 시중 노임단가(8200원)에 맞춰 미화노동자의 임금을 정하고 400% 이내의 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침’은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다.

서경지부 쪽은 “공항공사와 용역업체가 맺은 계약상에는 미화원과 카트 관리원의 인건비 예산 중 상여금이 400%로 나와 있지만, 용역업체와 미화원 간의 근로계약서는 상여금이 180%이고 그마저도 실제로 지급된 것은 175%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쪽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임금 지급 방법 결정은 협력업체 고유의 권한”이라며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다.

공항공사가 팔짱을 끼고 물러나 있는 사이,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의 파업을 앞둔 지난 8일 지앤지 이아무개 대표는 “파업 가담자 징계와 직장 폐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편지를 노조원들의 집으로 발송했다고 노조 쪽은 전했다. 또 “회사 쪽이 미화원들의 휴게공간마저 철거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도 이들은 주장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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