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유커 몰리는 연남동·가로수길, 중국인 건물주에 월세낸다

임영신 2016. 8.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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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일대. <이충우기자>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 경의선 철길을 공원으로 꾸민 ‘연트럴파크’와 동진시장 사이엔 붉은색과 황금색, 용 문양 등으로 꾸며진 중국풍 가게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50여m 골목길을 따라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당, 포장마차, 여행사, 전자제품 판매점 등 중화권 상가가 8곳이 몰려 있다. 화상(華商)이란 마크가 뚜렷한 상점들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인근에 한성화교중·고교가 있어 몇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대부분 주택거래를 주로 했는데 최근에는 상가나 빌딩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며 “외지에서 온 중국인들이 자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쇼핑센터, 면세점, 숙소를 열기 위해 부동산 구매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인들의 투자 지역도 홍대입구역 인근에서부터 망원동까지 투자 범위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최근 한 중국 여행사는 연남동 5층짜리 중소형 빌딩을 매입했다. 건물 1~2층은 카페와 사무실로 꾸미고 5층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숙박을 위한 호스텔(Hostel)로 쓰고 있다.

제주 땅값을 끌어올린 중국인 투자자들이 상경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상권에 서울판 ‘바오젠 거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리는 홍대~신촌 대로변은 불과 2~3년 전만해도 국내 건물주와 임차인들이 전용면적 16㎡(5평)남짓 공간에서 운영하는 김·인삼·공예품 가게가 많았다. 이제는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식료품 할인매장과 사후 면세점,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는 건설업체들이 애초에 중국인 대상으로 분양할 목적으로 빌라를 짓는다. 대림동 C공인 관계자는 “노후 건물이 많아 건물 값은 싸고 임차 수요는 풍부하다보니 중국인들 빌라 투자가 활발하다”며 “집주인이 중국인이고 세입자가 한국 사람인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하1층~지상5층 신축 빌라(연면적 416㎡)는 25억~30억원선이다. 대림동을 비롯해 광진구 자양·화양동 일대에선 회원제로 운영되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중국인들끼리 부동산을 직거래하기도 한다.

최근 가로수길에 중국인 투자자 입질이 늘면서 강남에도 조만간 ‘바오젠 거리’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얼티코리아 관계자는 “관광이나 성형으로 여러차례 방문했던 부호들이 강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중국인 투자자 문의가 제법 들어오지만 매물이 귀하다 보니 외부 충격으로 급매가 쏟아진다면 중국인들이 투자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중국 자본이 들어서면서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등 부동산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홍대 상권의 경우 중국인들이 찾는 상가 건물의 시세는 1년 전 3.3㎡당 5000만원 후반대였지만 현재 6000만원을 넘어섰다. 가로수길도 대로변은 3.3㎡당 1억~1억5000만원대이지만 중국인들이 시세 이상 가격으로 건물을 사들일 경우 주변 건물도 덩달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인 투자자들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리단길 인근 D부동산 대표는 “중국인들은 자기들끼리 부동산을 사고팔기 때문에 한번 중국인 손에 넘어가면 그 부동산은 대대손손 중국인 소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임대를 주더라도 웬만해선 팔지 말자는 심리가 건물주와 중개업소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부동산을 빌려 다시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선회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홍대와 이대 대학가를 비롯해 강남 성형외과 촌에서는 중국인들이 오피스텔을 빌린 뒤 ‘타오바오’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나 ‘위챗’ 등 모바일 SNS를 이용해 자국민 관광객들에게 임대를 놓는다. 강남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을 받는 원룸형 오피스텔을 빌린 후 월세 100만원 받는 단기 임대로 돌린다”며 “불법 영업인 경우에도 적발 가능성이 낮은데다 꾸준한 성형 관광 수요 덕에 사드 등 한·중 관계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관계자는 “서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류나 국제신용도 차원에서도 부동산 투자 우선순위에 꼽힌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그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핵심 상권을 노리는 게 기본인 만큼 향후 강남 홍대 명동은 중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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