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여도, 가난해도 스타일은 포기 못해?

우동균 2016. 8. 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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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함틋> 수지의 의상과 <닥터스> 박신혜가 지운 네일아트가 상징하는 것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유지영]

<닥터스>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박신혜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스타일링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이 바로 네일아트인데 박신혜는 논란을 받아들이고 남은 회차 동안 네일아트를 지우고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짙은 화장, 치렁치렁하게 긴 머리, 화려한 의상에 하이힐까지 사실 의사라고 보기에는 박신혜의 스타일은 너무나 스타일리시하다. 서브 주인공인 이성경 역시 이에 못지않다.

리얼리티보다는 패션?

사실 스타일리시한 의사가 없으란 법은 없지만, 특히 의사는 일할 때만큼은 구두나 네일아트, 치마 등을 입기 힘들다. 청결을 우선시하는 의사에게 네일아트는 그야말로 독이다. 수술이라도 들어갈라치면 소독약으로 손을 씻어야 하는데, 제대로 남아나지도 않는다. 게다가 종일 진찰을 하고 환자를 보러 돌아다녀야 하는 의사가 하이힐을 신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더군다나 이동 범위가 넓은 대형병원에서 하이힐을 신었다가는 다리가 남아나지 않는다. 응급상황에서 제대로 이동이 불가한 것도 물론이다. 같은 이유로 치마도 기피 대상이다.
 네일아트 논란에 사과한 SBS <닥터스>의 박신혜.
ⓒ SBS
화장은 또 어떤가. 너무 바쁘면 화장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립스틱이나 파운데이션 정도는 괜찮지만 풀메이크업은 확실히 오버스럽다. 더군다나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단정함을 요구받는 병원에서 그런 머리는 환영받지 못한다. 짧게 자르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항상 묶고 다니기라도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박신혜나 이성경 모두 리얼리티보다는 비주얼을 택했다. 확실히 <닥터스>의 의사들은 참 예쁘긴 예쁘다. 그러나 그들은 의사가 아니라  화보처럼 의사 가운을 입은 패션모델 같아 보인다.

이런 의상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 이어져 온 것이 아니다. 사실 <닥터스> 주인공들이 의사라는 직업이라 더 두드러진 것일 뿐,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들은 리얼리티를 감안하기 보다는 예뻐 보이기를 우선시한다.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로 예를 들자면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가 맡은 노을의 캐릭터는 빚에 시달리고, 동생까지 부양해야 하는 처지지만, 옷 살 돈 만큼은 풍부하다. 비싼 가격의 코트는 매일 바뀌고 액세서리나 신발, 가방 등도 마찬가지다. 전부 길거리표나 '짝퉁'은 없다. 모든 것이 적게는 수십만원대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브랜드다. 같은 옷을 두 번 입는 경우 또한 거의 없다. 옷 살 돈만 아껴도 생활비는 건질 것 같다.

비단 수지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쉽사리 살 수 없는 가격의 옷이나 뛰어난 스타일링을 하고 나오는 것은 이제 당연한 설정이다. 같은 옷을 두 번 입는 경우도 거의 없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들만 보더라도 <운빨 로맨스>의 황정음, <몬스터>의 성유리 등 가난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입고 나오는 옷들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상품이 주를 이룬다. 물론 같은 옷도 입지 않는다. 검색어만 쳐도 그들의 패션이 추천검색어로 떠오를 정도다. 물론 <닥터스>처럼 직업적인 설정에 위배될 정도로 거슬리진 않지만,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함부로 애틋하게> 가난해도 값비싼 '패션'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 KBS
캐릭터 자체 보다는 주인공의 외모가 중요한 사안이 된 것은 꽤 오래전 부터다. 더군다나 협찬문제도 끼어 있어 옷을 함부로 '못' 입을 수도 없다. 리얼리티는 이미 사라졌지만, 몰입에 방해될 수준만 아니라면 시청자들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섹스 앤 더 시티>나 <가십걸>처럼 패션에 중요성을 두는 드라마가 아니라면 등장인물들은 캐릭터에 맞춰 옷을 입는다. 예를 들어 <로스트>에 출연하는 김윤진이 명품 백이나 옷을 입고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물 건너갔을 것이다. 꼭 그런 재난 상황이 아니라 일상을 다룬 작품들도 역시 패션에 신경 쓰는 캐릭터나 상류층이 아니라면, 현실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일본 드라마 역시 그렇다. 캐릭터에 따라 같은 옷을 재활용하는 것은 물론, 캐릭터가 패션에 관심이 없을 법한 캐릭터임에도 화려한 최신유행 스타일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캐릭터에 맞춰 옷을 입어 호평을 얻은 경우도 있었다.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은 주로 몸빼바지나 촌스러운 스타일을 유지했다. 극 중 남자주인공이 사줬다고 설정된 빨간 코트는 여러 번 재활용되었다. 이 드라마는 한예슬의 인생작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 나의 귀신님>의 김슬기 역시 귀신이라는 설정 하에 죽을 때 입고 있었던 옷 한 벌을 계속 입은 케이스다. 김슬기는 16부작 내내 한 가지 옷만 입고 등장하여 그 옷을 입고 '죽은' 캐릭터를 더 확고히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물론 협찬이나 제작사의 요구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가지 스타일만 고수할 수 없는 스타들의 입장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여전히 시청자들은 예쁜 외모나 옷차림에 더 반응한다. 문제는 몰입을 저해할 만큼 화려한 주인공의 옷차림에 있다. <태양의 후예> 등의 드라마에서 과도한 PPL 논란으로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적어도 의사라면 의사다운 차림을 해야 한다는 인식, 빚에 치일 만큼 가난하면 코트가 결코 수십 벌일 수 없다는 현실. 아주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만은 지켜주길 바란다. 드라마에는 여전히 그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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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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